즉각 추방은 않지만…더 ‘깐깐해진’ 미국의 새 이민 정책
합법적 이민 경로 안 거치면 5년간 재입국 금지에 처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민자 신속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종료된 후에도 까다로운 이민 정책 탓에 많은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타이틀 42 해지 후 이민자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는 예상보다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수천명의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대다수는 입국을 허가받지 못했다.
국경을 지키고 있는 텍사스주 방위군은 이민자들에게 “제발 멕시코로 돌아가라”며 “모바일 앱을 통해 약속을 잡아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하며 되돌려 보냈다. 전날 입국을 거절당한 과테말라 출신의 10대 청소년은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내가 여기를 건널 수 없다고 말했다”며 “10년 동안 떨어져 살고 있는 텍사스주 거주 아버지와 재회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타이틀 42 종료 후 불법으로 입국하는 이민자 수가 50% 감소했다”며 19일에 6300명, 20일에는 4200명만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새로운 정책이 시행된 초기이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새로운 합법적 이민 경로라는 당근 정책과 불법 입국에 대한 형사처벌 재개라는 강력한 징벌적 조치의 결합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미 정부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새로운 이민 정책은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인 이민 경로를 거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타이틀 42 폐지 후 이민을 위해선 정부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이민 인터뷰 약속을 잡거나 미 국경으로 가는 길에 통과하는 국가들로부터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적발될 경우, 5년 동안 재입국이 금지되고 기소 후 형사처벌 될 수 있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이민자 수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와 함께 이민을 줄이기 위해 멕시코 및 기타 중남미 국가에 압력을 계속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이민 장벽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반대이지만, 그들의 관할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이민을 막기 위한 미 정부의 일부 조치들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밀입국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텍사스주는 국경 지대 화물검사를 강화해 멕시코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8일부터 브라운즈빌과 멕시코 마타모로스를 연결하는 국경 다리 위에서의 화물차량 검문을 강화했는데, 주로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화물 운송 검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로 차량 통행이 8시간에서 많게는 27시간까지 지체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부패하기 쉬운 식재료가 큰 영향을 받으면서, 양국 기업에 수백만달러의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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