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둔갑’ 미국행, 파양 후 결국 추방…법원 “홀트 배상을”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 안 해
신성혁, 신송혁, 애덤 크랩서….
44년 전 미국으로 처음 입양된 이후 파양과 입양을 반복하며 여러 이름으로 불려온 그를 16일 한국 법원은 “원고 신송혁”이라고 불렀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세 살이던 그를 입양 보낼 때 친부모가 있는데도 기아호적(고아호적)을 작성하면서 이름은 신성혁에서 신송혁으로 바뀌었다. 법원은 “홀트아동복지회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고 했다.
1979년 세 살 난 어린 그와 누나는 미국에 입양됐다. 미국인 부모는 7년 만에 남매를 버렸다. 남매는 고아원에 보내졌고 그는 열두 살이 되던 해 토머스 크랩서 부부에게 입양됐다. 세 살 때 ‘신송혁’이 된 그는 열두 살에 ‘애덤 크랩서’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부모는 그를 때리고 학대했다. 양부모가 아동학대 등 혐의로 체포되면서 집에서 쫓겨난 그는 노숙인 신세가 됐다. 양부모가 그에게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주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됐다. 그는 2012년에야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과거 거리를 전전하는 동안 저지른 빈집털이 등 전과로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신씨는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그는 홀트가 입양을 추진할 때 친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아로 호적을 꾸미는 등 법적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국가에도 책임을 물었다. 기관의 위법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대리입양’ 제도를 허용해 잘못된 관행을 도왔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해외 입양인이 불법 입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은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소송을 대리한 김수정 변호사는 “홀트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법원이 홀트의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계획하고 용인해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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