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2심서도 평가당한 ‘개인적 신념’…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소송 또 기각
헌재·대법 판례 취지에 반해
개인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역을 하고 싶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양심의 내용’을 평가해 대체역 편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나단씨가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 2심에서 16일 나씨 항소를 기각했다.
나씨는 2020년 10월 ‘사회주의에 기반한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심사위에 대체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심사위가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신청을 기각한 첫 사례였다.
나씨는 국가 공권력을 가난한 이와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배제의 수단으로 보는 신념을 가졌다. 군대는 국가의 폭력기구이며, 자신은 자본가와 자본을 지키는 일에 동원되거나 국가가 행하는 폭력의 일부분이 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1심 재판부는 나씨의 양심이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깊거나 확고하고 진실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의 결론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정치제도, 국민의 의식이 크게 변화해 이제는 집권자라도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군대를 동원할 가능성, 군대가 그러한 지휘에 따를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군대가 민간인인 국민을 살상한 역사적 사건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또 “(대체역을 복무하는) 교정시설에서도 국가폭력이 자행된 적이 있다”면서 “나씨가 군대가 잘못 기능했던 과거의 역사만을 강조하면서 변화된 현실과 국민의 생명 보호 등 군대의 긍정적인 측면은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병역거부 인정은 양심의 ‘내용의 타당성’과 무관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군 복무 방법이 현역 입영과 교정시설의 대체역밖에 없어 나씨가 대체역 신청을 한 것에 대해 ‘교정시설도 폭력적인데 왜 거부하지 않느냐’고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8년 헌재·대법원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널리 보장돼야 하고 국가 안보 못지않게 ‘소수자의 목소리’, ‘다양성 존중’이 중요하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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