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해외 입양아 방치한 입양기관, 1억 배상해야”
[앵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시민권이 없어 추방된 40대 한국 남성에게 입양 기관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입양 절차가 끝날 때까지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먼저,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 살 때인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신송혁 씨, 7년 만에 파양돼 다시 입양됐지만 2년 만에 또 파양됐습니다.
신 씨를 학대했던 양부모는 이 과정에서 시민권조차 제대로 신청하지 않았고, 신 씨는 결국 추방됐습니다.
[신송혁/해외 입양인/2019년 인터뷰 : "그들(기관·정부)은 아이들이 입양됐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추방된 신 씨는 입양아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홀트아동복지회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5년 만에 홀트아동복지회가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신 씨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홀트 측이 의무를 다했다면 강제 추방되지 않았을 텐데, 신 씨가 수십 년 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정부는 입양의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는 일반적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고의나 과실로 소홀히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부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신 씨 측 변호인단은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반쪽짜리 판결이라며 유감을 밝혔습니다.
[김수정/신송혁 변호인 : "불법 해외 입양을 관리하고 주도하고 계획하고 용인해 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너무나 심각한 유감을 표시합니다."]
신 씨의 판결에 일부 해외 입양인들은 추가 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유리/해외 입양인 : "한국 국가를 소송하고 그다음 맨 마지막에 홀트 그리고 고아원 (이렇게 소송하려고요). 홀트 같은 곳은 정부의 승낙 없이는 있을 수가 없는 곳이에요."]
멕시코에 체류 중인 신 씨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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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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