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회적 책무 강조하면서 뒤에선 힘없는 노동자 내쳐"
전국언론노조, 공공운수노조 연달아 비판 성명
공공운수노조 "EBS, 현장 관리소장과 소통… 명단 공동 작성 가능성"
아직까진 협상 결렬 상태… 계약연장 불가 3인 사내 로비에서 선전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EBS 청소노동자 중 노동조합 간부 3명이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이는 가운데 EBS를 겨냥한 노조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EBS와 현장 관리소장에 의해 계약연장 불가 명단이 특정됐다고 주장했고, 용역업체와 EBS는 모두 해당 주장을 부인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EBS와 의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는 16일 <청소노동자 3명 해고해 경영적자 메꾸려 꼼수 펴는 EBS> 성명에서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EBS분회 분회장, 부분회장, 사무장으로 지난 8일 선출된 이들이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을 놓고 “신규업체 코드원은 이때까지 청소미화 노동자 그 누구도 만난 적 없다”며 “지난 10일 면담자리에서 EBS 인사부장은 현장 미화 소장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계약연장 불가) 명단은 EBS와 소장에 의해 작성되었고, 신규업체에게 그 명단이 전달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장과 용역업체, EBS는 모두 책임을 부인하는 상태다. 관리소장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단에 대해 “제 소관이 아니다. 새로운 업체가 이분을 해고할지 안 할지는 제가 모른다”고 했고, 신규업체 역시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홍 EBS 경영지원센터장도 4일 통화에서 “과업지시서대로 잘 되고 있는지 운영에 대해서만 보고를 받고 인력 운영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BS는 17일 미디어오늘에 “EBS가 마치 신규업체의 명단 작성에 관여한 것처럼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EBS는 신규 용역업체의 인력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용역근로자의 고용 등 인력 운용은 업체 소관으로 EBS 권한 밖의 사항”이라며 “특히 지난 10일 공공운수노조와의 자리에서도 EBS 인사부장이 현장 미화 소장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인사부장의 업무 소관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언급하며 “지침은 용역계약 체결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고용유지, 근로조건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켜야 한다. 신규업체 입찰과정에서 노조가 이 같은 내용을 EBS 측에 전달하자 EBS는 경영적자 등 어려움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정확히 알지 못해 나온 망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기홍 EBS 경영지원센터장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규업체 입찰을 하면서 과업지시서 내용도 효율적으로 변경됐다. 업무 내용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감원이란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공공운수노조는 “2021년 청소용역 과업지시서와 2023년 과업지시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오후조 인력뿐인데, 오후조가 하던 업무인 전층 공용부 일반청소는 현재 오전조에서 다 하고 있다”며 “시간대별 세부업무내용은 별도 계획을 수립해 발주자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달라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얄팍하다”고 반박했다.
공공운수노조뿐 아니라 EBS 내에서도 비판 성명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지난 11일 <미화 노동자 일방적 해고는 EBS 노동 탄압의 시작이다>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재정위기 타파를 명분 삼아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을 내치는 반(反) 공영방송적 행태를 저지른 셈”이라며 “용역인력의 원청 실사용자인 EBS 경영진은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EBS분회는 노동자 근로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전체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EBS는 낙찰 금액 안의 인력 운영은 용역업체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3인은 정상 출퇴근하며 EBS 로비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기사 : EBS 미화노동자 감원 과정 부당노동행위 의혹 불거져]
[관련 기사 : EBS 미화노동자 감원 3명 모두 노조 간부… 노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지난해 256억 원 적자를 기록한 EBS는 지난달 25일 미화용역업체 신규입찰 공고에서 기존 27명에서 3명이 줄어든 24명의 투입인원을 확정해 과업지시서를 냈다. 이후 지난 3일 노조 간부 후보 A씨와 B씨가 주말 근무에서 빠졌고, 현장 관리소장은 빠진 이유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면서 의도적으로 노조 간부를 겨냥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일었다. 이어 실제로 노조 간부 3명이 지난 10일 계약연장 불가 통보를 받아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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