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시민단체 16명 횡령 등 혐의로 수사 요청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비영리 민간단체 900여곳을 감사해 관계자 16명을 횡령·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이 확인한 총 범죄금액은 17억4000여만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10일부터 올해 2월3일까지 회계부정이 의심되는 비영리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당초 감사원은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 등 보조금 사업 규모가 큰 7개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관된 1716개 시민단체를 감사 대상으로 꼽았지만 이후 연간 보조금 교부액이 1억원 이상인 단체 등 900여곳으로 감사 범위를 집중했다. 범죄 혐의점이 확인된 수사요청 대상은 16명이며, 범죄 행위 조력 의심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73명이 수사 의뢰 대상에 올랐다.
적발된 단체들은 내부 직원이나 외부 업체와 공모해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국방부 보조사업에 참여한 문화 관련 사업 비영리단체 본부장 A씨는 총 10억53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의 수법은 단체 회계 간사 B씨의 남편, 지인 등 19명을 허위 강사로 등록해 강사료를 지급한 뒤 추후 되돌려받는 방식 등이었다. A씨는 이렇게 얻은 돈을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이나 유학비 지원, 자녀 사업자금 및 주택 구입비로 썼다. 이외 공공외교 관련 보조단체 대표, 여성 인권 관련 보조단체 비상근 대표 등이 횡령·부정수급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감사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부 보조금 유용 논란이 배경이 됐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모가 급증한 것도 계기가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은 2016년 3조5571억원에서 2022년 5조4446억원으로 1조8875억원(53.1%) 늘었다.
윤석열 정부의 시민단체 압박 기조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의연 사건을 거론하며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를 공약했고,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시민단체 회계 비위 관련 보고’를 하며 시민단체 국고 보조금 사업 관련 모니터링(감시) 실시 계획을 밝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해 12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 전체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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