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설득 급했나…외교부 ‘복붙 메모’ 논란

황정호 2023. 5. 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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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정부가 내놓은 배상안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지요.

그런데 외교부가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고령의 피해자들이 면담 요청을 거절했는데도 예고없이 자택을 찾아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황정호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집 앞에 남겨진 메모입니다.

최근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찾아왔다며,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날, 또다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집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메모가 남겨졌습니다.

둘 다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의 이름으로 쓰여진 메모인데 필체는 달라 보입니다.

메모를 SNS에 공개한 이춘식 할아버지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내용이 똑같은 이른바 '복붙 메모'인데 필체는 전혀 다르다며, 특히 이춘식 어르신은 입원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틀 전이던 지난 금요일 외교부에서 면담 요청이 와 거절했지만, 일방적으로 찾아왔다며, 그 자체가 압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임재성/변호사 : "만남을 거부하면 문에 와서 문을 두드리고 하는게 사실상 압박 아닌가요? 강요 아닌가요? 그 입장에 대해서 확인하고 나머지 절차를 진행해야 되지 그 사람들을 계속 설득하겠다 라고 얘기하는 게..."]

양금덕 할머니 측도 면담 요청을 받았지만 "도장 받아가는 일 말고 나눌 얘기가 있겠느냐"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급하게 면담 요청을 했던 외교부가 거절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찾아간 모양새인데,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피해자들을 설득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병문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G7 정상회의 일정과는 무관하게 정부 해법을 직접 찾아뵙고 설명드리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황정호입니다.

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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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yellowcar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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