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200일…엄마는 아직도 길 위에 산다
[앵커]
이어서 이태원 참사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 분향소로 갑니다.
평범했던 가족들이 거리로 국회로, 또 법원으로 걸음을 멈추지 않는 건 그날 사고를 막을 순 없었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뭐 하나 또렷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200일을 거리에서 보낸 유가족들을 이원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분주한 출근 시간, 서울 여의도.
고 이남훈 씨 엄마, 박영수 씨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게 일상이 돼버렸어, 이제. 여기 안 나오면 아무 것도 못하는."]
그 날, 이태원에서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들은 이제 길 위의 동지가 됐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 나이에 무슨 노숙까지 해보고 참 내가, 이 비싼 여의도 땅에 와서."]
200일이란 시간은 무관심에도 무덤덤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시민분들 반응은 어때요?) 애써 외면? 보여요. 되게 안타까워 하셔요. 근데 와서 딱 말 시키기도 어렵고…"]
이제 조금은 단단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들 같은 청년들과 몸싸움을 하면서는 또,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엄마들이 그런 거예요. 내 새끼 같은 애들한테 맞았다는 그런 상실감. 저 친구들은 우리가 사실 보기도 아까워요. 젊은 애들이 이렇게 지나가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책임자 엄벌을 호소하느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시간을 쪼개가며 쉴새없이 발길을 옮깁니다.
끼니 때를 훌쩍 넘겨 밥은 먹었냐, 물어봐 주는 것도 같은 유족들.
다른 아이들도 이젠 자식처럼 챙기곤 합니다.
["158명, 많이 많이 먹어."]
기약 없는 싸움에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최정주/고 최유진 씨 아버지 : "버티려고. 하루히루 버티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의 일상입니다."]
출근길 1인 시위로 하루를 시작한 박영수 씨가 오후 5시까지 이동한 거리는 67km.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병원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엄마, 배고파요 밥줘', 걔는 그러면서 들어오거든. 그 시간 되면 해 넘어가는 시간 되면 내가 불안하다고 해야 되나? 밖에만 쳐다보고..."]
어둑해지고서야 돌아온 집, 이곳에는 200일째 풀지 못한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아드님 방은?) 여기. 여기 지금 몇 개월째 문을 내가 차마 열어볼 수가 없어가지고."]
아들에게 한 마지막 다짐을 지키는 게, 엄마의 숙제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내가 스스로 마음 정한 게 있어요. 지금은 특별법 통과 된다거나 한줄기 빛이 보이면 그때 열고 아이 물건도 정리해주고 그래야 겠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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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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