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조건 갖춘 피해자 20%도 안 돼”
80%가 “보증금 회수 필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6일 “정부·여당이 제시한 특별법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피해자는 10명 중 2명도 안 된다”며 특별법 전면 수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걸러내는 법이 아닌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참여자 429명 중 정부의 4가지 피해자 인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이들의 비율은 17.5%(75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 요건으로 전세사기 의도, 다수의 피해자 발생 우려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대항력·확정일자·임차권 등기를 동시에 충족하는 피해자 비율은 35.9%(154명)였다. 정부가 제시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확정일자, 임차권 등기부등본 등을 갖춰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참여자 중 80%(343명)는 정부의 보증금채권 매입을 통한 보증금 회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책위는 “정부안이 제시한 보증금 규모(수도권 3억원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도 75명에 달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 및 기망 여부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전세사기를 친 임대인은 가게를 운영하고, 본인 명의의 집에서 한때 내가 꿈꿔왔던 삶을 살고 있다”며 “이 사실을 알고 공황장애·과호흡으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내몰렸다. 내가 죽어야만 이런 고통이 끝날 것 같다”고 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제지당했다. 이들은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전세사기 특별법안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본청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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