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학생 식당마저 사라져…'파산 신청' 대학교 가보니
오늘(16일) 밀착카메라는 몇 년 사이 축제도, 동아리도 사라지고 학생 식당마저 문 닫은 한 대학교에 가봤습니다. 부실한 운영으로 재정난을 겪다가 파산 위기에 처한 겁니다. 남아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어렵게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진주시에 있는 4년제 사립대학교, 한국국제대학교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이 학교 본관 건물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대학교 건물처럼 보이는데요.
이쪽엔 동아리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날짜가 2019년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4년 전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겁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한때 동아리방이었던 공간입니다.
선풍기, 난로 같이 쓰던 물건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습니다.
사람들 발걸음이 끊어진 건물엔 먼지와 낙엽만 굴러다닙니다.
[김태훈/한국국제대 물리치료학과 4학년 : 올해 들어 (학생이) 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도 조금은 있었는데.]
교내 학생 식당도, 음식점과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학생들 400여 명은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끼니를 때울 곳은 유일하게 연 편의점 하나뿐입니다.
[정병훈/한국국제대 방사선학과 4학년 : 사실상 세 끼니를 다 여기서 먹고 있습니다. 삼각김밥, 아니면 무슨 김밥, 샌드위치 이것밖에 없는데.]
학교엔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던 편의시설, 상업시설들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화장실 앞엔 언제 버려졌는지 모를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이 대학은 학교 법인의 비리와 부실한 운영 탓에 재정난을 겪었고, 신입생 정원도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밀린 교수와 교직원의 임금만 100억 원 정돕니다.
결국 얼마 전 법원에 파산 신청까지 접수됐습니다.
현재는 남은 교수 40여 명만이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지군/한국국제대 방사선학과 교수 : 남아 있는 학생들 마지막 수업은 제대로 해주고 정리하기 위한 그런 마음에서 대부분 남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당장 불안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김승필/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4학년 : 교수님들도 거의 나가셔서 안 하는 수업도 많고. 교수님들은 지금 4학년은 졸업을 무조건 시키겠다고 말은 하는데…]
[A씨/한국국제대 특수체육교육학부 1학년 : 이 재정으로는 얼마 못 갈 것 같아서 폐교하는 게 맞다.]
취재진은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었지만, 학교 관계자는 "법인은 언론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부실 대학으로 진단을 받고, 올해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든 대학은 한국국제대를 비롯해 모두 21곳입니다.
그중 한 곳인 경주대학교는 진통 끝에 같은 법인에 속한 다른 대학교와 합쳐지게 됐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박균석/경주대 간호학과 3학년 : 같은 수업 듣는 친구한테서 들었어요. (통폐합 이후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게 될지 제가 들은 내용이 없어서 그건 좀 걱정이 되는…]
각자 꿈과 목표를 가지고 학교에 들어왔을 학생들에겐 혼란과 불안함, 실망감이 남았습니다.
잘못 없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언제까지 피해를 봐야 할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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