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8자 춤' 전수하는 똑똑 꿀벌…세대 번식에 필수적
[EBS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오늘은 이효종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함께 최신 과학 소식을 알아봅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사회적인 곤충이라고도 불리죠 꿀벌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소식 가져오셨다고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생물종들은 나름의 고유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의사소통을 하는데요.
예를 들면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라든지 아니면 먹이를 더욱 쉽게 찾는 방법 이런 것들을 공유하는 그런 다양한 의사소통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꿀벌 또한 그런 의사소통 중에 하나인 8자 춤이라는 매력적인 의사소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꿀벌은 여왕벌 한 마리를 중심으로 수만 마리의 일벌들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집단생활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생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고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맞습니다.
꿀벌들이 꿀을 채취하러 날아가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둥지로부터 떠난 꿀벌들이 거의 직선 방향으로 꽃을 향해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럼 포물선으로 돌아오는데 다시 날아갈 때는 또 직선 방향으로 먹이를 향해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 관찰해 보면 좀 이상하죠.
그 벌들이 먼 거리에 있는 그 꽃들을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이 직선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사실이 굉장히 좀 특이한 점인데요.
둥지로부터 꽃이 가깝다면 보고 간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1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그래서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위치로도 꿀벌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우리가 자연을 통해서 볼 수 있는데요.
대체 꿀벌들이 어떻게 이걸 아는 걸까요?
말씀드린 8자 춤에 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8자 춤에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꿀이 많은 곳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서 숫자 8과 비슷한 모양의 춤을 추는 걸까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네, 맞습니다.
몸을 부르르 떠는 춤이 특징인 이 8자 춤은 사실 세 가지 정보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정보는 8자 춤을 추는 방향에 있는데요.
그 방향은 먹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꿀벌이 막 부르르 떠는 시간의 지속 시간이 있는데요.
이것은 얼마나 먹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서 북쪽 방향으로 벌이 8자 춤을 부르르 한 1초 정도 떨면서 진행을 했다면 북쪽 방향에 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먹이가 있다라고 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보는 이 8자 춤을 반복하는 반복의 횟수인데요.
이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아 거기에 있는 꽃들이 맛있는 꿀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춤입니다.
서현아 앵커
먹이의 방향과 거리 뿐만 아니라 먹이의 어떤 질까지 알려주는 굉장히 소통 방식이 정교합니다.
그래서 이 8자 춤이 학자들의 어떤 주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구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아무래도 곤충학자들, 사회적인 동물들을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꿀벌들이 이처럼 서로에게 좋은 꿀의 위치 그리고 방향을 알려준다는 사실이 사실 굉장히 신기하잖아요.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제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이 꿀벌들이 자신의 춤들을 다음 세대의 꿀벌들한테 전수해 준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서 이게 알려졌어요.
2023년 3월, 유명한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에서 이런 내용들이 발표가 되었는데요.
사이언스에 따르면 '오랫동안 사회를 이르던 꿀벌들이 새로 태어난 꿀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먹이의 정보를 알리는 8자 춤을 틀리지 않고 정교하게 출 수 있는지를 전수해줬다'는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꿀이 담긴 꽃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 8자 춤이 후대 꿀벌들에게 전수가 된다는 겁니까?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네, 맞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UC 샌드에이고 생명과학과 제임스 니어에 따르면 '우리는 꿀벌이 뛰어난 사회적 동물임에 주목했으며, 이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이 설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새로 태어난 꿀벌들로 이루어진 군체를 만들고요.
오랫동안 사회를 일던 꿀벌들의 군체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두 군체가 같이 살 수 있는 비교 군체를 만들어서 이들의 꿀벌이 먹이를 채취하러 가는 그리고 돌아와서 8자 춤을 추는 특성을 보게 된 것인데요.
이 결과가 매우 놀라웠습니다.
먼저 예상대로 오랫동안 사회를 이루던 꿀벌들은 먹이를 갖다 오는 행위 그리고 8자 춤을 추는 행위가 굉장히 정교하게 잘 췄던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새로 태어난 꿀벌들은 어떻습니까?
춤추는 거 한 번도 못 봤을 것 같은데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그러니까요 새로 태어난 꿀벌들은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8자 춤에 각도에 정확성이 좀 떨어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원래는 북쪽에 있던 꿀을 먹고 왔는데 북쪽이 아니라 살짝 북동쪽 혹은 북서쪽으로 약간 각도가 틀어지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물론 오랫동안 이 꿀벌들이 계속해서 먹이를 채취하더니 점점 각을 좁히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성체가 된 꿀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아기 꿀벌들은 차이가 좀 있었습니까?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네 그게 굉장히 놀라운 포인트인 것인데요.
이 두 가지의 이종 군체들이 모여 있는 이제 합쳐진 군체에서는 새로 태어난 꿀벌들의 경우에는 앞서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어리숙한 결과가 나타났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회를 누리던 꿀벌들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얼마큼 떨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진동하는 지속 시간에 있어서도 별 차이 없이 정교하게 먹이 정보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매우 놀라운 사실인 거죠.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 꿀벌의 8자 춤이 학습을 통해서 후대 꿀벌들에게 전수가 된다는 거네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윗세대의 꿀벌들이 아랫세대의 꿀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정교한 8자 춤을 출 수 있는지를 학습시켰다는 것이 사실은 정말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아랫세대 꿀벌들이 윗세대 꿀벌들의 춤을 보고 배우기라도 하는 것인지 정말 참 신기한데요.
물론 젊은 꿀벌들만 있는 군체에서도 방향을 점점 교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말 독특했던 것이 젊은 꿀벌들은 방향 성분은 점점 교정을 한 반면 얼마큼 멀리 꿀이 얼마큼 멀리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거리 정보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계속 어긋나는 모습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이 지속 시간에 관한 '8자 춤의 어떤 노하우가 오랫동안 사회를 이루던 꿀벌들의 가르침 없이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 거구나'라고 하는 결과도 이번 연구를 통해서 알아낸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사람이 초기 발달 시기에 언어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꿀벌도 태어나서 어떤 이런 사회적인 신호를 계속 배워나간다는 건데 앞으로 후속 연구는 어떻게 진행이 됩니까?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제임스 니어와 그의 연구팀은 다음 단계의 연구로서 새로 태어난 꿀벌들이 가지고 있었던 그 지속 시간의 오류 있잖아요.
얼마큼 거리에 먹이가 떨어졌는지에 대한 오류가 이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갔을 때 그 오류가 그대로 계승되는지를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통해서 이 동물 사회, 특히나 이런 꿀벌들 같은 사회적 동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계승된 어떤 생존을 위한 전략 같은 것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가르침을 통해서 전달이 되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이런 군체들의 어떤 생명활동에 얼마큼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얼마큼 환경을 통해서 배워가는지에 대한 비밀, 생명과학적인 어떤 진화의 비밀 이런 것들을 푸는 열쇠가 되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이효종 / 과학커뮤니케이터
저는 이 벌들의 행동을 보면서 꿀벌들이죠 정확하게는, 꿀벌들이 이렇게 위에서 아래 세대에게 올바른 정보를 가르치는 걸 보면서 한 사자성어가 떠올랐는데요.
'노마지지'라고 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는 늙은 말을 따라가면 길을 찾을 수 있다'라는 의미의 고사성어인데요.
우리도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우연치 않게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경험해본 적 없는 어려운 어떤 국면에 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당황스럽고 불안하지만 이미 그 길을 가본 선배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혜롭고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이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 꿀벌의 행동을 통해서 보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현아 앵커
가장 원초적인 자연에서 오히려 교육과 학습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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