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임금 삭감 폭 크면 무효"

법원 "미지급 연봉 지급하라"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택한 기업에서도 임금을 삭감한 폭이 지나치게 크다면 임금을 깎는 게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최근 KB신용정보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사측에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에 받지 못한 연봉·퇴직금 미지급분 5억4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KB신용정보는 201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직원 정년을 종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렸다. 법원은 근무 기간이 2년 더 늘었음에도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KB신용정보 직원은 임금피크제가 없으면 만 55세 이후부터 원래 정년인 만 58세까지 3년간 직전 연봉의 300%를 받을 수 있었으나,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말 그대로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깎는 제도다. 종전까지는 이 제도에 대해 기업들이 승소해 왔지만 기업이 패소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KB신용정보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근로자의 손해와 이익을 비교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변경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