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후 추방…"시민권 취득까지 보호해야" 홀트에 배상 판결(종합)

김진아2 기자 2023. 5. 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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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두 번 파양 끝 추방…국가·기관에 소송
1심 "권리 양도했어도 보호의무 있어"
"시민권 취득 절차 고지 등 이행해야"
"시효도 살아있어"…국가 배상은 기각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됐다가 불법 체류자로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을 진행한 기관이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기관 측이 시민권 취득시까지 후견인으로서 보호의무를 이행해야 했지만 이를 방기했다고 봤다. 다만 이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박준민)는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아담크랩서(한국명 신송혁)씨가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홀트)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신씨는 3세였던 1979년 당시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파양됐다. 이후 또 다른 가정에 입양됐지만 16세에 다시 파양됐다.

두 번의 파양을 겪으며 신씨는 시민권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고 이후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경범죄 전과가 발견돼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2019년 1월 국가와 홀트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홀트가 입양이 완료 시까지 후견인으로서 직무 이행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첫 입양 이후 시민권 취득을 위한 절차가 남아있던 만큼, 홀트가 이를 고지하고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홀트 측이 미국 미시간주 사회사업부에 권리를 양도했다고 해서 후견 직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홀트)는 원고가 미국으로 출국한 시점부터 미시간주 사회사업부에 입양 절차를 전적으로 맡기고 원고에 대한 어떠한 후견 직무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원고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미국에서 배우자 및 자녀들과 함께 생활했으나 강제추방 되면서 더 이상 함께 거주할 수 없게 됐다"며 "비록 원고가 멕시코 등 다른 국가에서 가족과 거주할 수 있다고 해도 수십년 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겪을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홀트 측이 기아 호적(고아호적)을 꾸며 입양을 진행했다는 신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씨의 친모는 1978년 신씨를 한 영아원에 입소시켰는데, 영아원장은 해외입양이민승낙서에 신씨를 무적자(고아)로 기재했다. 이후 홀트는 신씨에 대한 기아발견 보고 후 대리입양 방식을 통해 입양 절차를 마쳤다.

신씨는 홀트가 자신의 본명 등을 알고 있음에도 친부모를 찾으려 하지 않고 허위로 기아발견 보고를 하고 무적자로 취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아동카드 기록 등 정황을 감안하면 신씨를 보육원에 맡긴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려 한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무적자 취적에 앞서 친부모를 찾기 위한 기관 측 의무도 2005년에 들어서야 명시화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홀트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신씨의 입양 절차가 있었던 당시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만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 행위가 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사라진다.

재판부는 "홀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원고가 2016년 11월 강제추방 전에는 잠재적·부동적 상태였다가 추방으로 인해 손해 발생이 현실화됐다"며 "이때부터 민법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국가를 상대로 국외입양 과정에서 국적 취득 여부 확인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이 같은 규범은 선언에 가까워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 등을 재판부는 근거로 들었다.

이번 소송은 해외 입양인이 불법 입양을 주장하며 국가 배상을 요구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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