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사용권 내줘…中 의존 심화

박준희 기자 2023. 5. 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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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과 오래 전 영토분쟁을 벌이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항만 사용권을 중국에 내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제재 등의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째, 서방의 제재로 인한 산업 전반 둔화로 러시아 내부의 자금이 절실하고,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 상태로 마무리하는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간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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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양국 영토 분쟁 있던 러의 최대 항구
러, 자금 문제 및 ‘중재자’ 역할 기대하며
중국에 ‘교류협력 발전’ 명분으로 내준듯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각각 중국어본과 러시아어본 성명을 든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중국과 오래 전 영토분쟁을 벌이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항만 사용권을 중국에 내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제재 등의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미국의소리(VOA)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15일자 공고를 통해 내달부터 중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바다와 접한 항구가 없어 고질적 물류난에 시달리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다음달 1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을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VOA는 "현재 이들 지역에서 남방으로 물자를 보내는데는 랴오닝성 다롄항 등을 이용한다"며 "하지만 거리가 1000km에 달해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전했다. 반면 새로 확보한 블라디보스토크항은 헤이룽장성 수이펀허나 지린성 훈춘에서 불과 200km 거리 이내여서 물류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정상은 "국경 지역 잠재력을 발굴해 중국 둥베이와 러시아 연해주 간 교류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당시 "나는 우리(중국과 러시아)의 다각적인 협력이 우리나라 국민 이익을 위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시 주석은 "(양국)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며 두 나라가 더 큰 실질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힘을 합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에서 러시아 극동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동해상에서 러시아 해군의 한 함선이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청나라 영토였다. 그러나 지난 1858년 영토 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가 차지한 뒤 ‘동방 정복’을 뜻하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도 중국에서 만든 지도를 비롯한 지리 자료와 행정 문서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자국 명칭인 ‘해삼위’로 표기돼 있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VOA는 러시아가 향후 영토 분쟁이 다시 불거질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에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제공하는 데 관해 두 가지 이유로 분석했다. 첫째, 서방의 제재로 인한 산업 전반 둔화로 러시아 내부의 자금이 절실하고,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 상태로 마무리하는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간절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프랑스 매체 로피니옹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립된 러시아가 사실상 중국에 종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실상 중국과 관련해 굴종하는 형태에 돌입했다"고 주장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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