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한도 협상 결렬시 조정 가능성…"이 때가 매수 기회"[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가 한달 이상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려면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타결되고 은행권 위기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이캐피탈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아나스타샤 아모로소는 1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이 2가지 우려에 대해 "하락을 초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랠리를 "제한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 많은 은행이 몰락하거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수준의 하락이 예상되지만 이 같은 조정은 "매수할 만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로소의 지적대로 미국 증시는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큰 진전이 없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도 별다른 하락 조정을 보이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SPDR S&P 지방은행 ETF(KRE)는 5% 이상 떨어졌지만 S&P500지수는 0.3%, 다우존스지수는 0.1% 약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투자자들이 대형 기술주로 몰리면서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0.4% 올랐다.
이에 대해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지난 12일 투자 메모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권 부실에 대한 우려로 촉발됐지만 현재는 예금 인출에 따른 지방은행의 유동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은행 부실이 "전염"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대출 축소에 따른 경제적인 타격 정도만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은행은 예금 인출이 계속되면 평상시보다 더 많은 자금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며 "이는 대출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줄어들게 만든다"고 밝혔다. 대출이 줄면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지출이 위축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들의 연쇄 부도가 우려됐지만 지금은 은행권에 부실이 없는 가운데 예금 인출 사태로 인한 대출 축소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미국이 디폴트를 맞을 경우 미국 국채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인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급등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5일에도 의회에 서한을 보내 부채한도 적용을 일시 유예하거나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을 경우 빠르면 6월1일에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캐피탈의 아모로소는 부채한도 규정 때문에 국채 발행을 못해 미국이 일시적으로나마 디폴트에 빠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5%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모로소는 특히 증시가 이런 종류의 경제적 타격이나 변동성 상승 가능성에 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부채한도 상향 협상의 전례를 봤을 때 막판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디폴트 직전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증시가 5%가량 하락할 수 있고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 10%까지 조정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올해 증시는 소수의 대형 기술주들이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상승 폭이 너무 좁아 위태롭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29%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고 있다. 또 이 10개 기업이 S&P500 기업 전체 순이익의 약 70%를 책임지고 있다.
대형 기술주와 나머지 시장의 주가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대형 기술주가 나머지 종목들을 따라 약세 전환할지, 나머지 종목들이 대형 기술주들의 랠리에 동참하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의 방어 거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시장에 드리워진 우려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중소형주와 다른 섹터들이 대형 기술주들의 수익률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증시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가가 매우 서서히 오를 것이기 때문에 아주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자신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불안이 가라앉고 부채한도가 올라가 디폴트 우려가 사라지면 연준의 금리 인상도 끝난 가운데 증시에 남는 유일한 걱정은 경기 침체 가능성뿐이다. 현재로선 경제가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 외에는 펀더멘털상 증시가 크게 하락할 요인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은 16일에 다시 모여 부채한도 상향을 협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때문에 이날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증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날 개장 전에는 미국 경제의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4월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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