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때리고 짓밟은 어린이집 교사···8명이 원생들 500여차례 상습 폭행

경남 진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8명이 원생을 500여차례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JTBC 보도화면 캡처

[서울경제]

진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장애 아동을 상습 학대한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남경찰청은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진주시내 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 8명을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중 아동학대 횟수가 잦고 행위가 중한 교사 4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지난 15일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해당 어린이집에서 통제에 따르지 않는 등의 이유로 4~12세 장애 아동 15명을 상습적으로 때리거나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녀의 코 부위의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빨갛게 멍든 것을 본 학부모가 지난해 8월 고소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해당 교사는 “혼자 양말을 신는 모습이 귀여워 딸기코(손가락 2개로 코를 꼬집어 당기는 행위)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 진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8명이 원생을 500여차례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보도화면 캡처

경찰에 따르면 직접 학대를 한 피의자는 보육교사 6명, 조리원 1명 등 모두 7명이다. 다른 교사 폭행 장면을 보고도 말리지 않는 교사도 있었으며 앞서 원생을 학대하던 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또 다른 교사가 같은 원생을 때리기도 했다.

경찰이 5개월에 걸쳐 어린이집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신체적 학대 행위만 500여회에 이른다. 이 중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교사 4명이 저지른 학대 횟수는 각 50회 이상이었다.

당시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한 5세 어린이에게만 200회가 넘는 학대가 가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전체 원생 38명 중 학대 피해를 본 15명이 통제를 따르지 않는단 이유로 학대했다.

CCTV를 보면 이들은 주먹으로 아이들의 머리나 팔다리를 때리고 발로 배와 다리 등을 짓밟았다. 어떤 원생은 두 발을 잡힌 채 복도에서 교실 안까지 질질 끌려 가기도 했다. 또 한 보육교사가 낮잠을 자지 않는 장애아동을 베개와 이불로 10초간 짓누르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8명이 원생을 500여차례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JTBC 보도화면 캡처

경찰 조사에서 교사들은 범행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자폐·발달장애 어린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신체적 촉구’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적 촉구란 장애 어린이 문제 행동을 제지하거나 신체적 접촉으로 특정 행위를 돕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경찰이 네 차례에 걸쳐 특수교육 전문가, 장애인 권익 옹호기관 등에 받은 조언에 따르면 직접적 폭행은 신체적 촉구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피해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추가 피해 사례가 더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어린이집 법인도 입건됐다. 이 어린이집은 지자체 지원을 받는 장애 어린이 전문 보육시설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 학대가 발생한 법인은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