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은 생존 문제… 지방이 살아야 국가도 살아” 한목소리 [세계초대석]

구윤모 2023. 5. 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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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수영·민주당 송재호 의원
“수도권 규제 폐지는 반대” 공감
宋, 전세사기도 수도권 집적의 결과물
마을·주민 사라지면 결국 국가도 소멸
朴, 수도권 집중은 국토 공간·자원 낭비
대기업 지방 이전에 세제 등 유인 필요
‘지방시대위 근거 특별법’엔 온도차
균형발전의 콘트롤타워 역할에 동의
朴, 교육·일반자치 통합 문제제기 유감
野 수도권 의원이 60%… 입법의지 부족
宋, 아쉽다… 정부 국회설득 모습 보여야
현·전 정부 균형발전 정책 대립각
朴 “문재인 정부 정책은 총체적 실패” 평가
宋 “尹 정부, 실천적 정책 안보인다” 반박
“균형발전 위해선 지방 권한 획기적 강화
경쟁 유도해야 진정한 분권시대” 함께 강조

“균형발전은 국가의 생존 문제입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대담·인터뷰에서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지역균형발전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균형발전 전문가들이다. 박 의원은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냈으며,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이다. 송 의원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과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대담·인터뷰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균형발전이 시대적 과제인 만큼, 두 사람 모두 수도권 규제 폐지 반대 등 큰 틀에서 공감했다.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주고 지방 간 경쟁을 유도해야 진정한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균형발전 핵심인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근거가 담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현실에도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다.

두 의원은 상대 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균형발전을 선거용 정략적, 정치적 수사로만 활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균형발전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각기 지역균형발전포럼의 상임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대담에서 호칭은 박 의원, 송 의원으로 통일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비교해 보자.

(송재호 의원) “윤석열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실천적 정책이 안 보인다. 문재인정부 시절 초광역을 통해 제2의 수도권을 조성하고자 했던 부산권만 하더라도 오히려 현재 상당히 어렵다. 다른 지역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조직해야 하며, 예산 사무 집행의 권한을 지방정부에도 이양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이 주도하는 실효적 분권국가로 가는 시작이다. 예비타당성제도도 손봐야 한다. 잘 나가는 지역만 잘 나오는 게 이 제도다.”

(박수영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실패를 시인했다. 부동산 정책 오류로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자 주거와 교통, 산업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에 주력했다. 윤석열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시·도에 넘겨 지역별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과 교육이 지역균형발전의 축이 된 과감한 혁신을 정부가 지원하자는 게 글로컬 대학 정책이고, 지역 주도 전략에 따라 기업 이전을 이루면 파격적인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게 기회발전특구다.”
―균형발전은 사실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다.

(박수영 의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구밀도가 높아 출산율이 낮은 대표적인 국가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다. 이들은 모두 도시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홍콩에 이어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우리나라 실정을 빗대는 ‘서울공화국’ 쓴소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그간 국내 성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자본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렸던 것이다. 지역소멸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도권 인구급감, 국가 소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송재호 의원) “박 의원 말씀에 동의한다. 이제는 수도권의 범위가 세종 등 중부권까지 차지하는 형국이다. 심각함을 넘어 파멸적 집적도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사태나 전세사기 문제 등도 수도권 집적의 후폭풍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많게는 113개 지방이 소멸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도권도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0.85명인데, 아이를 안 낳는다는 건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균형발전이 방안이다. 정답은 지방에 있다.”

―수도권 규제 해제와 주요 시설의 지방이전 필요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박수영 의원) “수도권 규제 해제는 국토의 공간과 자원 활용 낭비를 가져온다.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교통혼잡, 대기오염, 치안 문제로 수도권 삶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수도권 위주의 사고는 지역 이기주의를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균형발전을 한정된 자원을 분배해 국가 경제 성장의 효율성을 희생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면 지역 갈등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가로 추진하고, 대기업 본사와 공장의 지방 이전을 위한 행정과 세제 등의 유인방안이 절실하다.”
(송재호 의원) “맞는 말씀이다. 수도권 규제를 풀자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이다. 어떤 학자는 ‘지방살생부’라는 말을 써서 힘든 지방들을 다 압축해 버리자고 한다. 국토 중에 마을과 지역이 없어지고 국민, 인구가 없어진다는 것은 국가의 3요소 중 두 가지의 소멸을 의미한다. 국가의 붕괴를 의미한다. 공간의 소멸은 거기에 터를 잡은 생명의 소멸이고, 문화와 문명의 소멸이다. 수도권 규제를 푼다면 국가 성장 동력이 아니라 지방 소멸, 국가 붕괴로 귀결된다.”

―지방시대위원회 설립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송재호 의원) “아쉬운 부분이다. 특별법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지방자치분권 등을 통해 지역 주도의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도록 한다. 모든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되도록 국가가 교육자유특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부분이 법사위에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수영 의원) “지방시대위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 근거도 포함돼 지방자치단체들의 기대도 크다. 송 의원 말씀대로 법사위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지방자치의 분리 운영에 따른 비효율 문제 해결 차원에서 방향을 선언한 것으로 이미 2010년부터 유지돼 온 조항이다.”
부산과 제주를 지역구로 둔 두 의원은 의기투합한 것처럼 특별법의 법사위 계류를 비판했다. 그래서 수도권 의원들의 의지 부족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닌지를 물었다. 박 의원은 곧장 “법사위 소속 18명 의원 가운데 민주당 수도권 의원이 6명”이라며 “전체 민주당 의원 170명 중 100명이 수도권 의원이기에 야당의 입법 의지 부족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에 행정수도 건설 노력을 거론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고집이 없었다면 오늘날 지역균형발전도 논의될 수 없는 사안인데, 민주당 의원들 특히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균형발전을 정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바라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인지 정치적 이득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의지 문제 부문을 거론했다. 송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작년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지방시대위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새 위원회의 업무영역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실무자들을 내보내고 전 정부 지우기부터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정부가 지방시대를 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나”라며 반문한 뒤 “정상적인 정부라면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방관하지 말고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시대위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 “지방시대위의 권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부처의 형태보다 실질적인 기능과 속도감이 더 중요하다. 현재 균형발전 정책은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가 관련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 정부의 지방시대위는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위, 균형발전위와 다르게 국정과제의 총괄·조정·점검 및 지원 기능을 갖고 있다. 심의 의결사항과 정책추진 상황도 국무회의나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구속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책 의결위의 성격을 지니도록 한 조치다.”

(송재호 의원) “지방시대위가 역할을 하려면 국가균형발정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입장으로 말하자면, 행정기구로서 집행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주요 정책의 심의·의결 기능을 하지만 자문기구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고 제시된 의견의 법적 구속력도 없다. 예산보유권과 집행권한 역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위상 제고를 통해 지방시대위가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도록 권한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송재호 의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최저임금을 예로 들겠다. 지역마다 형편이 다르기에 중앙정부는 최소한 보장원칙만 관리하면 된다.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우선 이 정부가 연대의 틀 안에서 불균형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지방소멸 대응기금도 1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지방소멸 위기가 급박한 지역이 아닌 대도시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된 곳에 더 줘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지방교부세도 산정기준이 엉망이다. 강남 3구보다 지방의 군 단위 면적이 훨씬 넓다. 사람이 좀 덜 산다고 해서 산, 강 등을 관리 안 할 수 있나. 국토가 경쟁력이 없다고 버리면 되겠나. 대형국책사업도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면 균형발전은 언제 하겠나.”

(박수영 의원) “컨트롤타워를 위한 근거법이 통과되지 못해서다. 최소한의 규칙만 중앙정부가 정하고, 나머지는 지역이 모든 권한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제 등 노동정책도 모두 지자체가 각자 사정에 맞춰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거기에 맞춰 지방에 자리 잡고, 지역에는 일자리가 생긴다. 지역자치를 극단적으로 살려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세금도 국세나 지방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지자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 간 경쟁이 일어나야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될 수 있다.”

박수영 의원은…
 
●1964년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제29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미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 행정학 박사 ●경기도 행정1부지사 ●제21대 국회의원(2020년∼)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공약개발단 경제공약단장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원장(2023년∼)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2023년∼)
 
송재호 의원은…
●1960년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기대 대학원 관광경영학과 박사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제21대 국회의원(2020년~)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2022년~)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 상임공동대표(2023년~)

대담=박종현 사회2부장, 정리=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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