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만큼 설렜던 기대감… 빈약한 세계관에 흡인력 ‘뚝’
종말 이후 2071년 서울 배경
산소 공급 체계 만든 거대그룹
일부 배송기사와 대립 등 그려
볼거리에 생각할 거리 많지만
선악 대결로만 이끌어 아쉬움
암울한 미래가 보여주는 다양한 볼거리.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장소. 주인공을 비롯한 배우들의 총격전과 카레이싱 등 화려한 액션. 6부작의 부담되지 않는 분량.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이라는 간결한 선악 구도. 하지만 빈약한 세계관을 비롯한 배경 설정. 급격한 이야기 전개. 집중을 방해하는 빈약한 컴퓨터그래픽(CG)과 어설픈 악당들의 행동….
천명그룹 후계자 류석(송승헌)이 자신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찾아내려고 사람들을 납치, 생체 실험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윤사월과 5-8, 그리고 다른 택배기사들까지 류석을 비롯한 천명그룹과 싸운다. 이게 드라마의 이야기다. 아니 전부다.
류석이 자신의 불치병을 고치려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납치하는 장면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드라마 중반 천명그룹이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히는데, 그때 혈액을 채취해 실험만 해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5-8을 포함한 소수의 택배기사들이 천명그룹이 만들려고 하는 ‘에어로드’를 설립을 막는 이유도 납득이 안 된다. 좋은 공기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시설인데, 택배기사들이 이를 방해해 그들이 악인으로 느껴진다.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러한 생각할 거리를 삭제, 시청자들을 윤사월·5-8과 류석이라는 선악의 대결로 강제로 이끈다. 그러다 보니 12첩반상(밥과 국 등 12가지 음식이 포함된 반상), 아니 24첩반상이라고 할 만큼 많지만, 오직 밥과 국만 먹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
조의석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5-8 같은 난민 출신 택배기사들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원작을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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