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 170t 쇳덩이 압착… 신한울 증기발생기로 재탄생” [르포]

김범수 2023. 5. 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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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단조 공장.

15일 방문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1982년 준공됐다.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가장 바빠질 원자력 공장은 단조작업을 통해 부품을 이어 붙이고 조립해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을 제작한다.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가는 1400㎿급 한국형 표준모델 APR1400 원자로가 이 공장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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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 르포
여의도 1.5배 공장… 5000명 근무
원전 생태계 복원으로 일감 생겨
아직 공장의 20%밖에 가동 못해
2024년부터 SMR 주기기 제작 돌입
7월부터 제작 공정 교체 들어가
초대형 터빈·발전기 생산 병행
“가스터빈 1대, 차 480대 맞먹어”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단조 공장. 뜨겁게 달궈진 170t짜리 거대한 쇳덩이가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강괴 온도는 1230도. 순간 2만2000평 규모의 공장 내부가 찜질방처럼 뜨거워졌다.

가열로에 들어간 강괴는 대장간에서 들을 법한 큰 쇳소리와 함께 압착되어 갔다. 둥근 원통 모양이었던 강괴는 점차 길어지고 단단해졌다. 이 강괴는 가열로 속에서 경북 울진 신한울 3호기의 증기발생기로 재탄생한다. 신한울 3호기는 2032년 완공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t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15일 방문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1982년 준공됐다. 국가기간산업에 필요한 초대형 발전 설비 대부분을 생산한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5000여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한다. 전체 면적은 430만㎡로 여의도 1.5배 크기다.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가장 바빠질 원자력 공장은 단조작업을 통해 부품을 이어 붙이고 조립해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을 제작한다.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가는 1400㎿급 한국형 표준모델 APR1400 원자로가 이 공장에서 탄생한다.

한때 높이 14, 직경이 6, 무게 775t에 이르는 증기발생기 20개가 한꺼번에 이 공장에서 제작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날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신한울 3호기 주기기 제작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장의 약 20%밖에 가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년이면 이곳은 국내 유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주기기를 제작하는 공장으로 거듭난다. 오는 7월부터 1·2구역을 SMR 제작 공정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동현 공장장은 “제품 자체가 안정성과 직결되니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전소에 공급하는 초대형 터빈과 발전기를 생산하는 터빈 공장도 있었다. 스팀터빈을 돌려 물을 끓이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고온 고압 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발전용 가스 터빈은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음속 이상의 속도로 회전한다. 열차폐용 코팅 기술, 정밀 가공 기술, 냉각 홀 가공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설계 국산화율 100%, 제작 국산화율은 90%다.

이상언 상무는 “가스터빈 한 대를 팔면 배에 자동차 480대를 실어서 수출하는 효과”라며 “가스터빈 개발에서 후발 주자였다면 수소터빈만큼은 선두주자”라고 말했다. 이어 “터빈은 저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한데, 최악의 경우 플랜트가 서 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무탄소 발전으로 대표되는 풍력 공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풍력발전 타워의 핵심 부품인 발전기를 제작한다. 풍력 터빈마다 장착된 기상 센서는 바람의 방향을 인식하고 서 있는 방향을 바꾼다. 바람의 세기를 측정해 3∼25m/s 사이에서만 작동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내부 모습.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공급할 5.5㎿ 풍력발전기 나셀 제작에 한창이다.
2005년 풍력 사업에 착수해 약 20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성장가능성이 높은 대용량 해상풍력 발전기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340㎿ 규모 계약을 성사했고, 이 가운데 193㎿가 해상풍력 실적이다.

송치욱 풍력생산 담당 상무는 “한국 바람에 최적화한 기술을 개발해 똑같은 모델이라도 독일 지멘스 등 해외 유수 기업의 모델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창원=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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