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하기 일보직전…‘기준금리 100%’ 직전인 아르헨티나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5. 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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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물가상승률 109%
살인적 물가 잡으려 금리 6%P 인상
포퓰리즘 정책에 물가 치솟자
물가 잡으려 금리 올리는 악순환
“아르헨티나 디폴트에 베팅하게 만드는 꼴”
아르헨티나 대형마트 야채 판매대 [사진 = 연합뉴스]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역대급으로 올리며 물가잡기 나섰다. 하지만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추구한 포퓰리즘의 결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기준금리를 극단적으로 올리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막대한 정부 부채 상환 부담도 추가돼 디폴트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의 앞날이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살인적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97%로 끌어올리며 긴급 조치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상승률이 109%에 달하는 높은 물가와 이에 따른 환율 하락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금리를 6%포인트 오른 97%로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금융 변동성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이는 동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음 주 외환시장 개입과 물가 하락을 위한 수입 촉진 등 다양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3월에 한 번, 4월에 두 번 올렸지만 치솟는 물가는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8% 오르며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껑충 뛴 상황에서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식량 수출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흉작은 치명적이다. AFP에 따르면 생활비는 연초 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도 위완화 결제 확대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달러 보유량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페소화 가치는 4월 중순 한 주 동안 20% 하락했고,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81%이던 기준금리를 91%로 10%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물가와 환율 모두 잡히지 않고 있다.

FT는 오는 29일 세르히오 마사 경제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대외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중국산 수입품 10억 달러 이상을 달러 대신 위완하로 결제하기로 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마사 장관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에 합의된 차관 지급을 앞당기도록 설득 중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현 정부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환율 방어를 위해 필사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요금 동결, 무이자 할부 정책, 가계별 현금 지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나친 확대 재정정책으로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안 좋아지자 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절실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업계와 경제학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외환 개입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가 오르면 막대한 정부부채의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캐나다 싱크탱크 CIGI에서 근무하는 전 아르헨티나 외교관 헥터 토레스는 FT에 “아르헨티나는 이미 외환보유액이 바닥났고 IMF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시도는 무모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기꾼들이 아르헨티나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돈을 걸도록 유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외환시장과 가격 통제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FT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아르헨티나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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