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무법 집회, 한밤 광화문서 돗자리 깔고 술판
집회 오후 5시까지 였지만, ‘핼러윈 참사’ 추모제
서울 도심에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평일 오후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당일 해산을 하지 않은 채 집회를 이어가면서 퇴근길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광화문과 시청 인근 인도와 광장에서는 조합원들이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하기 시작해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16일 오후 2시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분신으로 지난 2일 사망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소속 간부인 양모(50)씨를 추모하고 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는 ‘열사정신 계승 전국건설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초 이들이 경찰에 집회 신고한 시간은 이날 오후 5시까지였지만, ‘핼러윈 참사’ 사망자 추모제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건설노조에게 미신고된 집회 진행을 중단하라는 경고 방송을 하고 자진 해산을 하도록 권고했지만,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핼러윈 참사 200일 추모제까지 도로 한복판에서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오후 7시 20분부터 오후 8시까지도 수 차례 “평일 무단으로 점거하고 추모제를 빙자해 미신고 집회를 해서 심각한 교통불편, 시민불편을 일으키고 있다”며 “집시법 제 20조 1항에 따라 미신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노조는 자진해산 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노조원 5000여명은 문화제가 끝난 오후 8시 이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했다. 일부는 이면도로를 침범해 자리 잡았다. 노조원 1600여명은 오후 8시30분 서울행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으로 행진했다.
건설노조가 이날 오후 2시부터 퇴근시간 이후까지도 세종대로 8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점거한 채 계속 집회를 이어간 탓에 도심은 극심한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세종대로 서울역교차로 방면(덕수궁~시청역)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시속 0km, 맞은편 광화문교차로 방면(숭례문~시청역)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시속 2km에 머물러 퇴근시간 차량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퇴근길 교통정체에 대중교통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오후 5시 30분쯤 경기도 판교에서 광역 버스를 타고 서울 중구 명동 성당에 도착하기까지 평소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그보다 40~50분 더 걸렸다”면서 “명동 성당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기까지 1시간 넘게 걸렸다. 명동에서 종로구 덕수궁까지는 버스 탈 엄두가 나지 않아 걸어서 왔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38)씨는 “오늘 세종대로가 통제된다고 하길래 자차 대신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퇴근길에는 버스를 30분 동안 기다려도 안오길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집회 이후 노숙을 시작한 노조원들은 광화문역 인근 동화면세점부터 코리아나호텔 앞 인도 등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거나 그대로 드러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건설노조가 설치한 텐트로 가득 메워졌다. 일부는 소형 토치와 구이판을 준비해 오징어를 굽기도 했다. 서울광장과 50m 정도 떨어진 편의점에서는 약 1시간만에 소주가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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