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이 제시한 ‘미래형 통합학교’, 마침내 첫삽… 향후 과제는

2023. 5. 1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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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운영 방식 등은 여전히 숙제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 2025년 개교 예정 ‘(가칭)수원 곡반3초·중’, 유·초·중학교 및 수영장 등 주민시설 결합 눈길

△ 당초 경기교육청이 계획한 학교급간 ‘연계교육과정’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

◇전국 최초 미래형 통합학교 개교에 한 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미래형 통합학교’의 설립이 본격화 됐다.

▲16일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339 일대에서 ‘(가칭)곡반3초·중’과 ‘(가칭)권선지구 학교복합화시설’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16일 수원특례시와 수원교육지원청은 권선구 권선동 1339 일대에서 ‘(가칭)곡반3초·중’과 ‘(가칭)권선지구 학교복합화시설(주민복합시설)’ 기공식을 개최했다.

지난 2020년 2월 ‘2020년도 수시1차 중앙투자심사’ 및 같은 해 6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지 3년 만이다.

오는 2025년 3월 개교 예정인 곡반3초·중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는 총 650억여 원(교육청 추정예산 380억여 원 포함)이 투입돼 연면적 1만6573㎡,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다.

유치원 4학급과 초등학교 18학급을 비롯해 중학교 12학급 및 특수학교 1학급 등 총 35학급이 통합운영되는 형태다.

해당 학교 부지에 조성되는 주민복합시설은 연면적 6716㎡(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수영장과 체육관을 비롯해 북카페와 시청각실 및 다목적 강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복합화시설은 학생 우선 이용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16일 열린 ‘(가칭)곡반3초·중’과 ‘(가칭)권선지구 학교복합화시설’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왼쪽)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프레시안(전승표)

1층 수영장과 3층 체육관 및 시청각실 등은 학생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주민한테 개방하고, 2층 북카페와 GX(단체운동)룸은 주민들에게 상시 개방된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준 수원시장은 "새로 들어서는 미래형통합학교는 유·초·중학교와 주민시설까지 완벽하게 복합화된 전국 최초의 첫 실험 모델"이라며 "주민들이 오랜 기간 염원해 온 만큼, 안전하게 잘 완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기념사를 통해 "교육계에 입문하면서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지역사회가 갖는 교육적 역량을 학생 교육과 연결하자’는 것이었다"라며 "이는 학교와 가정 및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는 체제로의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구조가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적 역량이 한 장소에서 결합돼 운영되는 시설이 전제조건으로, "수원시는 이 같은 인적·물적역량을 모두 갖춘 지역"이라며 "곡반3초·중을 모델로, 앞으로 미래사회에 걸맞는 교육이 학생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시의 일방적 행정으로 늦어진 개교 일정

당초 총 72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1년 8월 착공한 뒤 2023년 2월 개교를 목표로 했던 곡반3초·중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나면서 개교일정이 늦어졌다.

▲지난 2019년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 및 마을공동체사업 추진위원회의가 분양당시 약속했던 권선지구 도시개발 및 학교 설립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DB

2020년 12월 수원시가 권선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곡반3초·중 부지 내 학교복합체육시설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상업용지인 D1 부지 내 공동주택 신설 허용 △판매시설용지인 F1·F2 부지 내 오피스텔 신설 허용 △F1·F2·C8 부지 내 8층 이하의 건물만을 허용하는 내용에서 ‘전술항공작전기지 비행안전구역 높이제한 이하 건물’로 변경 등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제기되며 착공에 차질이 빚어졌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현대산업개발 측의 제안 내용과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은 상업시설과 판매시설 등 개발에 대한 기존 약속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요청했다"며 "당초 시와 시의회가 복합시설물 신설을 약속한 만큼 현대산업개발의 요청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원시가 2021년 4월 수원아이파크시티 1∼9단지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전달한 공문. ⓒ프레시안 DB

반면, 시는 2021년 4월 ‘권선지구 내 사업 반대 민원에 따른 우리 시 이후 계획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주민들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금으로 R1부지 실내체육관 건립을 요구하는 등 시의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며 "학교복합화시설과 R1부지 내 실외체육시설 및 유휴부지 조기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의 사업은 모두 일괄 추진되는 사업으로, 본 사업에 대한 반대가 지속될 경우 학교복합화 시설 건립 등 모든 사업이 부득이 취소될 수 밖에 없다"고 통보하면서 사실상 주민들을 협박했다.

현대산업개발에서 복합시설물을 기부채납받는 조건으로 인근 부지의 용도변경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동의절차를 실시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하면서 불거진 문제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로 인해 곡반3초·중은 학교설립 타당성 조사 및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할 때 제시된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 △미래형 학교로 운영 △지자체와 협력해 학생을 우선한 복합화 시설 건설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자칫 설립 추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지만, 다행히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사업추진이 이어질 수 있었다.

◇교육과정운영 계획은 미정

다만, 곡반3초·중은 처음 계획됐던 교육과정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칭)수원 곡반3초·중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조감도. ⓒ경기도교육청

당초 일반학교 설립의 의미를 넘어 도교육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미래교육 방향에 맞춘 미래학교를 새롭게 설립하는 정책적 의미로서 지역사회 변화와 학생 수 변화에 대응할 학교 운영의 새로운 모델로 계획된 곡반3초·중은 단순한 시설의 공동 사용이 아닌, 학교급 간 연계 교육과정을 통해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교육 효과 창출을 목표로 추진됐다.

즉, 학교 건물이나 운동장 등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의 기존 통합학교와 달리, 학년 간 벽을 허물고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였다.

실제 2020년 교육부의 중투심을 통과한 직후 당시 이재정 도교육감은 곡반3초·중의 운영 방향에 대해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한 미래교육 모델로 다양한 연계교육과 학년구분 없는 교사의 활용 등이 핵심"이라며 "통합운영을 통한 민주적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학생주도의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에 더해 도교육청은 2030년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도전적인 미래학교 모델로서 프로젝트 중심의 창의융합적 교육과정 설계와 학습 실천을 통해 IT(정보기술)를 적극적으로 구축·활용하도록 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학습생태계 협력 모델로서 지자체와 교육청이 생활SOC를 결합한 ‘학교시설 복합화’를 시도했다.

곡반3초·중에 대한 설립승인은 당초 수원 권선지구의 과밀화 방지 및 통학 여건 해결을 위해 추진됐던 것과 달리, 중투심 과정에서 ‘지역 기반 미래학교 모델 개발 및 실천 로드맵을 제시 후 추진하는 것으로 학생을 우선한 복합화시설 운영’을 조건부로 한 승인이었다.

▲16일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339 일대에서 ‘(가칭)곡반3초·중’과 ‘(가칭)권선지구 학교복합화시설’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그러나 최초 계획했던 개교 후 운영방안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교육당국이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도교육청은 곡반3초·중을 ‘9학년제’로 운영하는 방안과 필요에 따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방안의 도입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초등학생들의 중학교 진학 시 기존 신입생 배정 방식과 달리 학군별 무작위 추첨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 해당 초·중학교 간 진학 방식 등을 계획했었지만, 곧 딜레마에 빠졌다.

수원지역 총 12개 중학교 학군이 ‘학군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신입생들을 배정하는 것과 달리 이 같은 진학 방식 도입이 이뤄질 경우, 학교와의 거리에 따라 해당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만 미래교육을 대비해 학교 건물에 조성되는 시설을 이용하는 등의 특혜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진학 방식의 도입을 포기할 경우에는 초·중학교 간 원활한 진학이 이뤄지지 않아 미래형 통합학교의 목적인 ‘연계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처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간 서로 다른 학제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학년구분 없는 교사의 활용’과 ‘책임담임제’ 등의 실현을 위해서는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사이의 벽이 허물어져야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인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제를 바꾸는 부분과 초등학교 교사와 중학교 교사를 어떻게 배치할지와 관련해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과 같은 근거가 필요해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여러 관계기관 및 연구기관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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