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보원, 고용동향 보고서 “업무 지침 동의 거쳤다” 10% 안돼 표준계약서 보급·정착 필요 지적
“플랫폼이 정한 배달금액에 배달기사는 관여할 수 없어요.”(배달기사 A씨)
배달기사와 대리기사 등 플랫폼을 통한 업무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절반 이상은 별도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41.7%와 여성 57.4%는 플랫폼 기업을 이용하면서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항목에도 남녀 각각 19.3%, 12.6%가 답해 사실상 10명 중 6∼7명은 사실상 계약 관계 없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최한 플랫폼 종사자 현장 간담회에서 대리기사 B씨는 “계약서 작성은 없었다”며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그것을 먼저 터치한 기사가 우선권을 갖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 C씨는 “가격이나 조건 등은 업체 또는 고객 간에 이뤄진다”며 “대리기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계약 관계 없이 일했다는 응답 외에 가장 많이 작성한 문서의 유형은 ‘이용계약서’(회원 약관 등)로 남녀 각각 15.1%, 7.9%였다. ‘업무 관련 지침’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응답은 남녀 각각 5.6%, 8.8%로 나타났다. 반면 표준계약서를 썼다는 응답자는 남녀 각각 10.2%, 5.1%에 그쳤다. 근로계약서 역시 남녀 각각 7.9%, 8.8%만이 작성했다고 답했다. 이직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남성은 50.4%, 여성은 52%가 ‘있다’고 답해 플랫폼 종사자 상당수의 근로 여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플랫폼은 노무 제공 가격(서비스 요금)을 비롯해 플랫폼 종사자의 근무 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고 계약 조건 변경에 있어서도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정한 서비스 요금, 서비스 요금 변경 기준, 노무 제공 방식, 계약 기간 등을 담은 업종별 표준계약서의 신속한 보급과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