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 해외입양’ 홀트가 1억 원 배상하라”…국가 책임은 불인정
[앵커]
친부모가 있는데도 고아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해외로 보내졌던 입양인에게 홀트아동복지회가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실한 해외 입양에 대해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진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4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신송혁 씨는 2016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추방됐습니다.
세 살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 미국에 살았지만 학대를 일삼았던 양부모가 제때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아 미국 국적이 없었던 겁니다.
[신송혁 씨/2014년 4월 : "여기서 계속 살아왔는데 제게 미국을 떠나라고 한다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신 씨는 부실한 입양 절차와 사후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입양 당시 신 씨에게 친모가 있었는데도 홀트가 고아 호적으로 꾸며 해외로 보낸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홀트아동복지회가 후견인으로서 보호의무 및 국적 취득 확인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해외 불법 입양에 대해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정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입양인을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는 입양 알선기관인 홀트에 있을뿐 정부에는 직접적인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고의 또는 과실로 입양기관에 대한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신 씨 측은 '반쪽짜리 판결'이라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김수정/변호사 : "해외 입양을 관리하고 주도하고 계획하고 용인해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심각한 유감을 표시합니다."]
신 씨 측은 판결 내용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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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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