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불씨 살리나… 4년 만에 모여앉은 한일 경제인들

이동수 2023. 5. 16. 19: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17일 한일경제인회의…240여명 참석
양국 경제협력 공감 “1+1이 3, 4가 될 것”
FTA 재추진, 희토류 대체기술 개발 등 논의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 청년에게 써야”

한·일 관계 훈풍을 타고 양국 경제계의 협력 무드가 짙어지고 있다. 16일 한·일 경제인 24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회의에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희토류 대체기술 공동 개발 등이 언급돼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한일 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부터 개최된 양국 경제인 간 대표적인 연례 교류 행사로,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답방으로 성사된 한일정상회담 이후 9일 만에 열렸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린 대면 회의이기도 하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오른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1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회의 첫째 날엔 양국 기업인과 경제단체, 정부 관계자 등 24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전 외무성 사무차관인 사이키 아키타카 미쓰비시상사 이사, 아소 유타카 아소시멘트 회장 등이 자리했다.

한일경제협회장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개회사에서 △메가 FTA 협력 △경제안보 강화 △제3국 공동진출 △핵심 광물 및 에너지 보장 △탈탄소 추구 등 한일 양국의 과제를 제시했다. 일한경제협회장인 사사키 미사오 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은 “일본과 한국에는 공통의 과제도 많아 서로 보완함으로써 시너지가 생겨난다”며 “결과적으로 1+1이 2 이상, 3이나 4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를 회복시켰다고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후미오 총리도 윤 대통령의 결단력과 행동력에 경의를 표하고 한·일 관계 강화에 대해 강한 뜻을 공유하고 있다”고, 고이치 대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렇게 빨리 셔틀 외교가 실현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회의에선 지난 3월 한일신산업무역회의에서 한·일 경제계 전문가들이 논의한 양국의 경제 연계 확대 방안이 발표됐다.

발표에 나선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당시 양측은 한일 FTA를 시급히 재검토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일 FTA가 재추진된다면 11년 만에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다. 산업부 FTA 홈페이지에 따르면 양국 정부의 FTA 실무협의는 2012년 6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한일 FTA는 2003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정부 간 교섭 개시에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여러 정부에 걸쳐 수차례의 실무협의를 가졌지만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휴면상태에 들어갔다.

정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희토류 대체기술을 공동 개발할 역량과 유인이 있기에 앞으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원개발 관련 한일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85.7%, 일본은 59.1% 수준이다. 일본은 일찍이 민관합작으로 희토류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보다 대중 의존도가 낮지만, 미·중 갈등 격화로 두드러지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려면 희토류 대체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회의에서 양국 경제인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청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손 회장은 최근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일본에서 주목받는 K팝을 거론하며 “특히 양국 청년세대들 간 마음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키 이사는 전경련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조성 중인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대학생 교환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수학여행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경제인들은 오는 17일 이틀간의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