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해외입양아 '방치'한 입양기관 손배책임 첫 인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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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기관이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후견인으로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을 추적해 보호하고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방기한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첫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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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국적취득 확인 의무 위반, 홀트 1억원 배상"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최원정 기자 = 44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기관이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후견인으로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을 추적해 보호하고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방기한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16일 신송혁(46·미국명 애덤 크랩서)씨가 홀트아동복지회(홀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씨는 3세 때인 1979년 미국에 입양됐지만 1986년 파양됐고, 1989년 현지에서 다시 입양됐다가 16세 때 또다시 파양 당했다. 두 번째 양부모는 학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그는 두 번이나 양부모에게 버림받으면서 미국 시민권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고 2015년 영주권을 재발급받는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범죄 전과가 드러나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신씨는 2019년 홀트와 한국 정부에 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홀트의 책임만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홀트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와 국적취득 확인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무를 다했다면 원고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강제 추방되는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자와 자녀들과 미국에서 함께 거주할 수 없게 돼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한 원고가 겪을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신씨는 생모가 있음에도 부모 정보를 기재하지 않고 고아 호적을 만들어 보낸 책임도 홀트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홀트 측은 소멸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신씨가 미국에서 강제 추방된 2016년 11월부터 시효가 시작된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배상 요구에는 "아동의 입양에 관한 요건과 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권익과 복지를 증진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이는 특정 당사자가 직접 권리침해 또는 의무 위반을 주장할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아울러 "정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홀트의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이 입양기관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1953년 한국의 해외 입양이 시작된 이후 신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멕시코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의 소송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홀트의 불법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불법 해외 입양을 주도해 관리하고 계획·용인한 국가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신씨와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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