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 누락까지…“재검토·보완”
[KBS 제주] [앵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안에 대한 스물 한 번째 검증보도 이어갑니다.
어제 이 시간 국토부가 과업지시서 내용과 달리 기본계획안 지반조사에서 나온 시료를 용역사가 폐기했는데도, 뒤늦게 알았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과업지시 내용을 누락한 건 또 있습니다.
강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산읍의 연평균 강수량은 2천30mm.
제주지역에서 가장 많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기습폭우까지 잇따르며 2017년과 2021년엔 침수피해도 속출했습니다.
그런데 650페이지에 달하는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서 자연재해 피해 내용은 한 페이지도 되지 않은 표 하나뿐입니다.
피해 조사 지역도 사업예정지인 성산읍이 아닌 서귀포시 지역 전체로 나왔습니다.
피해 내용 설명은 단 두 줄, 2007년 서귀포에서 발생한 침수는 9건뿐이고, 사업구간과는 상관 없다고만 기록됐습니다.
KBS는 실제 성산읍 지역의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알아봤습니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태풍과 호우, 강풍 피해를 제주도에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시간당 50mm의 폭우가 내린 2017년에만 농작물과 주택침수 등 피해 접수가 천7백여 건.
다나스와 링링 등 4개의 태풍이 지나간 2019년엔 피해신고가 8천 건에 육박합니다.
제주도가 집계한 5년간 피해액만 10억 원을 넘습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과업지시서엔 최근 10년 이상 해당 지역에 발생한 피해현황을 분석해 정리하도록 했지만, 정작 이 같은 내용은 빠졌습니다.
[이상돈/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국책 사업에 민감한 부분들은 중요한 항목들을 미리 검토하고, 대비했어야 된다(고 보고요.) (과업지시서) 작성 규정에 명확하게 명기한 사항이면 제대로 지켜야(합니다.)"]
과업지시서엔 이 같은 과업지시 사항 누락이나 오류, 불분명한 내용이 발견될 경우 국토부는 용역사 측에 재검토나 보완요구를 할 수 있고, 용역사는 이를 재검토하거나 보완하도록 명시됐습니다.
이 과업지시서를 근거로 추진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예산은 37억 7천만 원.
국책사업의 기초자료인 지반조사 시추 시료는 폐기됐고 사업지역 자연재해 피해 내용도 누락되며 기본계획안의 신뢰도만 떨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그래픽:조하연
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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