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파기한 대통령 책임 물을 것"… 총선 겨냥 '세몰이' 돌입한 의료계 [尹, 간호법 거부권]
이정한 2023. 5. 16. 19:03
거센 후폭풍 우려
간협, 여론 감안 단체행동엔 신중
초과근무 거부·준법 투쟁 등 검토
의료연대 “환영”… 17일 파업 유보
의사면허 취소법엔 재의결 주장
정부 “간호사 처우 책임지고 개선”
의료법 개정엔 “당정 협의할 것”
간협, 여론 감안 단체행동엔 신중
초과근무 거부·준법 투쟁 등 검토
의료연대 “환영”… 17일 파업 유보
의사면허 취소법엔 재의결 주장
정부 “간호사 처우 책임지고 개선”
의료법 개정엔 “당정 협의할 것”
의료계 갈등을 일으켰던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거부권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그 후폭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충돌만을 거듭했던 대한간호협회(간협)와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세몰이에 돌입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계가 직역의 이익을 위해 수차례 단체행동을 거론한 데 이어 정치적 행보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간협은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을 파기한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구체적인 단체행동 수위와 방식, 시행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간협은 ‘준법투쟁’과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간호사 1인이 1정당에 가입하는 ‘클린정치 캠페인’ 등 단체행동 방식을 검토해 왔는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준법투쟁의 경우 간호사가 초과근무를 거부하거나 진료지원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업무를 거부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해 온 의료연대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환영했다. 17일로 예고했던 연대 총파업은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거부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된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재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숙원 사업이 좌절된 간협과 ‘반쪽짜리’ 성과를 거둔 의료연대 모두 의료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단체행동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화물연대 파업 등 국민을 볼모로 잡는 단체행동에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 지지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간협은 지난 9일, 의료연대는 전날 총선기획단을 출범한 바 있다. 간협은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과 투표로 “유권자를 유용해 마음만 빼앗는 정치인을 응징하겠다”고 했고, 의료연대는 “인기 영합성 정책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입법 시도가 있다”며 “합리적인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돌봄체계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당과 같은 목소리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면서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한쪽 편만 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고령화에 따라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직역 간의 협업 체계도 마련하겠다”며 “간호사 근무 환경은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간협을 향해서는 단체행동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했다.
의사 단체 중심으로 반발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조 장관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업무 영역을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호법은 의료계 내 극심한 갈등을 불렀다. 간호법만으로는 현행 의료법 체계를 흔들 수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직역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가 둘로 나뉘었다. 간협은 고령화 시대에 맞게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강화하려면 간호사의 업무를 넓히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다른 보건의료 직역은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만 빼내 독자적인 법을 만드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해 왔다. 간호조무사 단체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는 학력 상한을 문제 삼았다. 의료법 조항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지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지속돼 온 갈등이 간호법을 두고 분출된 것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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