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창 열어야 손님 끌어”… 에너지 낭비 ‘무감각’ [밀착취재]
전기요금 인상에도 변화 없어
“날씨가 화창할 때는 통창을 열어 둬야 손님들이 좋아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취재진이 이날 성수역 인근 카페거리,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일대,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 점포 10곳씩 총 40곳을 확인한 결과 23곳이 개문 냉방 상태였다. 자동문의 개폐 전원을 아예 꺼 둔 채 영업하는 상점은 물론 미닫이로 된 수동문을 내내 열어 둔 음식점과 카페도 있었다. 액세서리 상점에서는 더 많은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출입문 근처에 상품을 배치해 두기도 했다.
개문 냉방 상태를 유지하는 상점 주인들은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개문 냉방 상태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상점의 주인은 “가게 안에 노래를 틀어 놨는데 문을 열어 놓으면 지나가던 사람들 눈길도 한 번 끌 수 있다”며 “여름에는 시원한 공기가 밖에서 느껴지니까 손님 끄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 근방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김모씨도 “전기세가 훨씬 더 나가지만 빵집은 빵 굽는 냄새로도 손님을 붙잡을 수 있어 그만큼 장사에 도움이 된다”며 “에너지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구청에서 단속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에 도움이 되니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문 냉방은 전력 낭비의 주범이다. 에너지 효율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개문 냉방은 문을 닫고 냉방기를 틀 때보다 최대 3배 이상 전기요금이 더 나온다.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개문 냉방 상태는 도심의 열섬 현상으로 이어진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개문 냉방 시, 냉기가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에어컨 실외기가 더 많이 돌아서 (더 많은) 열이 배출된다”며 “특히 도심지는 인구가 많고 냉방 시설도 많아서,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열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였던 지난 3년여간 환기 필요성 때문에 개문 냉방 단속·계도는 멈춘 상태다. 산업부에서는 2020년 1월을 마지막으로 개문 냉난방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 공고 이후에 개문 냉방 상태가 발견될 시, 최초 경고를 거쳐 1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는 별도 공고가 없어 지방자치단체도 단속하지 않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피크 상황에서만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가능하다”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지자체와 시민단체와 협업해 개문 냉방 상점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에너지 절약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에너지 서울 동행단’을 모집해 오는 6∼8월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개문 냉방 자제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나현·윤준호, 대구·목포=김덕용·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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