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귀환 어부 100명 ‘간첩 누명’ 벗긴다

대검, 직권재심 청구절차 착수 지시
1969년 귀환 후 억울하게 처벌받아
檢총장 “허물 고쳐야… 명예회복 최선”

검찰이 과거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처벌을 받은 납북귀환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한다.

대검찰청은 16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속초지청, 대구지검, 영덕지청 등 5개 관할 검찰청에 1968년 동해상에서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직권재심 청구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는 1969년 5월 강원 고성군 거진항으로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피고인 100명이다. 이들은 1968년 10~11월 동해에서 조업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납북돼 강제로 북한 체제선전 교육 등을 받았다.

지난 12일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듬해 남한으로 귀환한 뒤에도 군과 중앙정보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심문반으로부터 2주간 심문을 받은 데 이어 경찰에 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150명 가운데 147명이 구속, 3명이 불구속 송치됐고, 재판 도중 사망한 1명을 제외한 149명 전원에게 수산업과 반공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이 중 17명은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재심 청구는 지난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검토해 적법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수사·기소 과정에서의 불법 구금 등이 확인되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검찰은 150명 중 속초지청이 이미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은 9명의 선원 및 피고인,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40명, 사망자 1명을 제외한 100명의 사건을 검토해 모두 불법구금 사실을 확인했다. 대검 관계자는 “피고인과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 회복과 권리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허물이 있을 수 있다”는 논어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구절을 인용하며 “납북귀환어부들이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신속한 명예회복과 신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일선 청에 당부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은 “검찰의 직권재심을 환영한다”면서도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납북귀환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에 있어 검찰은 방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주도한 책임자였다”며 “직권재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