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50억 클럽’ 前 우리은행장 압색… 수사 속도

대장동 일당 청탁경로 등 확인 나서
박영수·양재식 등 순차 소환 방침
‘무상 포르쉐’ 朴재판 하반기 본격화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 포르쉐 렌터카 등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 재판도 이르면 올 하반기쯤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6일 박 전 특검의 50억 클럽 사건 참고인인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전 은행장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검찰은 2014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준비할 때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컨소시엄 구성을 도우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해 주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 부동산을 받기로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의 공범으로 지목된 양재식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2015년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PF 대출엔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 여신의향서를 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과 유착한 박 전 특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대장동 일당의 청탁이 박 전 특검과 이 전 은행장을 통해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 실무진에게 전달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전 은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대장동 일당의 청탁이 전달된 경로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이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에게 대여료 250만원 상당 포르쉐 렌터카와 86만원 상당 수산물을 받는 등 총 336만원어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지난달 1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청탁금지법엔 공직자 등이 동일인에게 일정액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르쉐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차량 등을 대여했고 실제로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의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3일 진행된다.

박진영·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