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中 탈북여성 인권침해’ 첫 제기… 책임론 공론화되나

김예진 2023. 5. 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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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가 처음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그간 유엔은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정례 보고서 등에서 중국을 재중 탈북여성 인권 침해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지목하긴 했지만 주목은 받지 못했다.

이에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은 8일 제네바에서 약식 공청회를 열고 중국 심사에서 재중 탈북여성 인권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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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철폐위, 여성 인권 현황 심사
“애 낳아도 추방 위험 탓 신고 못해
강제 소환되면 중국인 父가 등록”
범죄 피해 입어도 경찰에 못 알려
향후 中 인권 심사 현안 포함 기대
中 묵인·방치 막을 압박 수단 될 듯

북한 인권 문제가 처음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중국 책임론이 공론화될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따르면 이 위원회의 중국 대상 심사에서 처음으로 재중 탈북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질의했다.
달리아 레이나르테 위원은 12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심사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강제 추방당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아이를 낳아도 추방 위험 때문에 사실상 출생 신고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의 중국인 아버지는 북한 어머니가 남한으로 갔거나 북한으로 다시 추방된 후에야 아이를 정식 등록한다고 알고 있다”며 “이는 모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이렇게 등록됐느냐”고 질의했다. 또 자녀를 중국에 두고 북한에 강제 송환된 탈북여성의 규모, 북한 여성과 그 자녀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중국의 법제에 대해서도 답변을 요구했다.

중국 측은 “대부분 북한 여성은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온 것”이라고 했다. 재중 탈북여성들이 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32조는 난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면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은 협약 위반이 된다.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에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것이란 공포로 자국 보호를 원치 않는 자’로 정의된다. 경제적 이유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재중 탈북여성들이 난민이 아니라 ‘돈을 벌러 온 불법체류자’일 뿐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펴낸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장대로 중국에서 돈을 벌고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으로 국경을 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탈북을 목적으로 브로커와 접촉했는데 브로커한테 속아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 인신매매를 그나마 탈북할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 범죄를 당하는 사례 등도 상당하다. 또 난민 지위를 떠나, 재중 탈북여성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될 경우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것이 두려워 성폭행 등 범죄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지 못하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

이번 질의는 중국 내 여성 인권 현황을 살피는 심사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직접 북한 인권 문제를 따진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유엔은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정례 보고서 등에서 중국을 재중 탈북여성 인권 침해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지목하긴 했지만 주목은 받지 못했다. 비난이 북한 당국에 집중되며 중국은 책임에서 한발 비껴 있었다. 북한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현실 탓에 중국이 더욱 거리낌없이 탈북민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북한인권시민연합 등은 8일 제네바에서 약식 공청회를 열고 중국 심사에서 재중 탈북여성 인권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85차 유엔여성차별특별위회의를 기점으로 중국 인권 심사 현안에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되면, 중국이 더 이상 북한 인권 문제를 묵인하거나 방치하기 힘든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지난 30년간 지적에도 유엔에서 이제야 제기가 됐다는 것, 유엔 기구 중에서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다룬 사례 중 하나였다는 건 유엔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물론, 유엔 기구들을 향해서도 계속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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