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오만과 무능의 늪에 빠진 최악의 21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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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민생·경제 관련 입법을 놓고 여야가 좌충우돌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시급을 다투는 법안을 둘러싼 충돌과 심의지연 사태가 한둘이 아니다.
여야는 세 차례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과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해외 기관들마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며 재정준칙법안 마련을 권유하고 있지만 관련 상임위에선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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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 발휘해 민생 살려야
각종 민생·경제 관련 입법을 놓고 여야가 좌충우돌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시급을 다투는 법안을 둘러싼 충돌과 심의지연 사태가 한둘이 아니다. 이미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1대 국회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4일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역할을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율도 타격을 받게 된다. 무리하게 재차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단순히 리더십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간호법을 둘러싼 직능 간 문제를 극한대치로 몰아가는 정치권의 행태가 사달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놓고 협상력을 발휘할 역량이 과연 국회에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논쟁은 국회의 협상력 공백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야는 세 차례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과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제정안을 처리키로 여야 간 마지노선을 그어놨으나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를 볼 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치권의 지루한 샅바싸움에 전세사기를 당한 서민들의 가슴만 타들어갈 뿐이다.
나라살림 적자를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안 처리 과정은 의원들의 관심사가 지역 표 관리에 매몰돼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해외 기관들마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며 재정준칙법안 마련을 권유하고 있지만 관련 상임위에선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반면 대규모 재정사업 문턱을 낮추는 내용을 담은 예타 면제기준 완화법은 지난달 12일 여야 만장일치로 소위를 통과했다. 국가살림에 직결된 재정준칙법은 뒷전으로 밀리고 의원들의 지역구 숙원사업에 도움이 되는 예타 면제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이다.
법안은 명분과 취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해 이익집단을 이루는 것 역시 현대 정당의 정체성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권이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명분 아래 표 확보에 혈안이 된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의 이익을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다수의 이익이 높아지는 '실용성'을 이끌어낼 정치역량이 안 보인다. 정치가 존중받으려면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협상력을 발휘해 풀어내는 해결사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충돌하는 현안을 해결하려는 협상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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