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과 박찬호의 ‘말’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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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해설위원이나 프로축구 감독의 직설적인 평가나 혹평 등 스포츠 무대에서의 언어 표현이 좀 더 과감해지고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 후배가 선배한테 들이대는 듯한 언어 사용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당돌한 것처럼 비칠 수 있었지만,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후배가 그렇게 말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대인처럼 받아 넘어갔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언어의 마술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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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프로야구 해설위원이나 프로축구 감독의 직설적인 평가나 혹평 등 스포츠 무대에서의 언어 표현이 좀 더 과감해지고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 후배가 선배한테 들이대는 듯한 언어 사용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프로야구 두산 출신의 오재원 해설위원은 최근 유튜브 영상 인터뷰에서 “저는 코리안 특급을 너무 싫어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잘못된 해설을 했던 박찬호를 향해 마음속의 앙금을 표출한 것이다. 오재원은 “(박찬호가) 해설하면서 바보 만든 선수가 한두명이 아니지만, 책임은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프로축구 이정효 광주FC 감독도 솔직한 화법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 시즌 2부에서 승격한 광주를 이끌고 ‘공격축구’ 돌풍을 몰아치고 있는 그는 3월 FC서울과의 안방 경기 패배 뒤, “저렇게 축구 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고 말했다. 당돌한 것처럼 비칠 수 있었지만,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후배가 그렇게 말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대인처럼 받아 넘어갔다.
지도자나 선배의 절대적 권위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오랜 시간 한국 스포츠 문화를 지배해온 특징이다. 한 유명 축구인은 “학창 시절 지도자가 혼내면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했다”며 멋쩍게 회고했다.
시대가 달라져 스포츠계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됐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는 과거의 엄격한 제약에서 점점 벗어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질서를 뒤집기 위한 말의 기술이 세련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정체성과 이념을 드러내고, 상대와의 관계를 규정한다. 사적인 이야기를 공적인 방식으로 풀 경우 오해가 커질 수 있고, 상대를 적으로 바라보면 언어가 폭력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은유적이고 에둘러 말할 때 촌철살인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언어의 마술사’로 꼽힌다.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수많은 명언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말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말을 어떻게 할지를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언어 사용 기술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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