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 해외입양' 첫 인정..."홀트 측, 1억 원 배상"

홍민기 2023. 5. 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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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으로 꾸며진 서류로 인해 40여 년 전 미국으로 보내진 해외 입양인에 대해, 국내 입양기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은 재판부가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유감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76년 충북에서 태어난 신송혁 씨.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부모에 의해 한 영유아 시설로 맡겨졌습니다.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로 다시 넘겨진 신 씨는 결국, 불과 세 살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돼 '애덤 크랩서'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양부모의 학대와 폭행에 시달리다가 두 번이나 파양됐고, 노숙 생활을 전전했습니다.

이발소도 열고 가족도 꾸리는 등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이번엔 자신이 시민권이 없는 불법체류자였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영주권 신청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 씨는 과거 저지른 경범죄가 문제가 돼 끝내 미국에서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신송혁 / 해외 입양인(지난 2016년 추방 직전) : 하라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나는 가족을 위해 반드시 미국에 머물러야 합니다.]

한국으로 온 신 씨는 홀트를 상대로 손배해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친부모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고아로 호적을 꾸몄고, 본명인 '신성혁'을 '신송혁'으로 잘못 쓸 정도로 졸속으로 입양을 보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리입양제를 입법하는 등 사실상 불법 해외 입양을 부추겼다며 국가를 상대로도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4년 만에 홀트의 책임을 인정하고,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우리 법원이 불법 해외 입양인에 대해 국내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국가에 대해선 신 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수정 / 신 씨 소송대리인 : 불법 해외 입양을 관리하고 주도하고 계획하고 용인해 온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너무나 심각한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번 판결은 다른 해외 입양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분영 / 해외 입양인 : (홀트가) 그동안 사실 책임을 진 적 없으니까, 늦어도 이제 책임져야 하니까, 해외 입양인들이 많이 관심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신 씨 측 대리인은 가족들과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신 씨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촬영기자;최성훈

영상편집;문지환

그래픽;주혜나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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