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SG사태` 후폭풍… 키움·삼성·하나證 등 수천억 빚 폭탄
투자자 돈 못갚으면 대신 메꿔야
추심절차 어려워 실적 악재될듯
미수채 최고 키움證, IB 꿈 무산
지난달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로 인한 피해가 증권사로 확산하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 거래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들도 거액의 미수채권을 떠안게 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메꿔야 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관련 CFD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들은 각각 수백억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 미수 채권을 떠안게 됐다. 업계 전체로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가 산정한 증거금을 내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결제하는 파생 거래.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40%대 증거금만으로 2.5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금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거나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때는 큰 손실이 날 위험성이 있다. CFD 투자자들뿐 아니라 이들이 손실 정산을 못 할 경우 최종적으로 미수채권에 따른 손실은 중개한 국내 증권사가 부담한다.
현재 CFD 거래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13곳.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의 CFD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2조7697억원. 작년 말(2조3254억원)보다 4443억원 많다.이 가운데 교보증권(6180억원)이 가장 많고, 키움증권이 5576억원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순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 사태와 관련한 미수채권 발생 규모를 함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액이 크지 않은 증권사들만 '자복'하며 선제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남준 메리츠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15일 콘퍼런스콜에서 "고객별로 CFD 한도가 있고 특정 종목에 대해서도 10∼50% 한도가 있어 이번에 문제가 된 CFD 관련 투자자들이 메리츠 창구를 이용할 여지가 없었다"며 "미수채권 발생 금액도 5억원 미만으로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CFD 거래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진 교보증권 측도 관련 CFD 미수채권 규모는 약 5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CFD 손실액은 창구 역할을 한 외국계 증권사가 우선 충당하고, 이후 국내 증권사가 갚아준다. 국내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회수를 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고려신용정보 등의 신용정보회사들에 재산 전수조사를 의뢰한 뒤 현금성 자산,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걸고 법원에서 지급명령, 강제집행을 진행한다. 일부 증권사는 개인 고객들에게 일시 상환이 어려울 경우 미수금을 분할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미수채권 추심 절차가 그리 쉽지는 않다.
CFD 미수채권은 담보가 없어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인식된다. 대손충당금은 영업비용에 속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증권사의 영업이익 등 실적에 영향을 준다. 충당금 평가손은 2분기 혹은 올해 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의 은행 예금 등을 가압류한 상태다. 하나증권은 이달 법원으로부터 미수금 32억9000만원에 대해 라 대표의 은행 예금을 가압류하는 결정을 받았다. 삼성증권도 라 대표의 은행과 증권사 계좌를 가압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증권은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려던 계획까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미수채권이 가장 많은데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해 연내 인가를 받을 계획이었다. 키움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을 수 있는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지난해 말 넘겼다. 하지만 김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CFD 거래를 공급하지 않는 증권사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CFD 거래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라도 이번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했다면 담보가치 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사태 발생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1일 관련 종목 8개(CJ는 제외)의 시가총액 합산은 12조원이었다. 종목별 신용잔고율이 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1조2000억원 이상의 주식이 증권사 차입을 활용한 셈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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