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날쌘돌이→유소년 팀 우승 감독… 인생 제2막 “제가 아이들 보고 배워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변신, 올해 인천 연수구 리틀야구단 지휘봉을 잡은 김재현(36) 감독은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오랜 기간 프로 생활을 했고, 그것도 1군 생활도 오래 한 김 감독의 ‘야구 상식’에서 아이들의 세계는 말 그대로 신세계였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빼어난 주루 및 수비 능력으로 팀의 소금 같은 임무를 담당했던 김 감독은 기본기와 주루, 수비에 있어서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현역 때도 그랬고, 은퇴 이후에도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걸 성인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김 감독의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다. 결론은 하나였다. 아이들은 재밌게 뛰어 놀아야 했고, 그 나이대는 야구의 기술보다는 흥미가 먼저였다.
주위를 수소문해 허들을 준비했고, 사다리도 준비했다. 최대한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야구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야구 이전에 허들을 뛰어넘고 사다리를 피해 다니면서 ‘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민첩성을 길렀다. 김 감독은 “야구 이전에 거기에 안 걸리고 움직이면서 재밌게 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감독의 야구 프로그램은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야구부보다는 어쩌면 체육 시간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그랬던 그 아이들이 커다란 일을 냈다. 연수구 리틀야구단은 도미노피자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리틀야구연맹(회장 유승안)이 주관한 제18회 ‘도미노피자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전국 123개 팀이 참가했는데 연수구 리틀야구단은 라운드 결승에서 서울 구로구 리틀야구단을, 최종 결승에서 시흥시 리틀야구단을 꺾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부임 다섯 달 만에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둔 김 감독은 그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고 했다. 프로 세계에서 오랜 기간 야구를 한 프로 선수 출신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인내와 배움의 연속이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재밌기는 한데, 어떤 날은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하니 답답하더라”면서도 “그런데 며칠 뒤에 가르친 게 갑자기 되는 게 아이들의 세계다. 참 신기했다”고 웃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장 큰 보람을 뽑았다.
김 감독은 “오히려 내가 아이들한테 배우는 게 많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있다. 아이들이 하나하나씩 가르친 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 돌아보면서 “엘리트 야구를 희망하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기술적인 가르침은 차이가 있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를 하자고 이야기한다”고 기본기에 중점을 둔 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김 감독의 가르침은 이번 대회에서 큰 성과로 나타났다. 김 감독은 “지고 있는 경기에서 역전승을 한 경우도 있고, 선수들도 가르친 대로 최선을 다해줬다. 나보다 선수들이 나은 점도 있더라”고 떠올린 뒤 “초보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가르친 대로 도루와 바운드 볼 스타트를 잘해줬다. 그렇게 상대 투수가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게 유도했는데 선수들이 이를 잘 노리고 타격을 했고, 좋은 수비 덕에 실점을 많이 하지 않아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김 감독은 야구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 감독은 “우리 시대와 또 다르더라. 이제는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시대가 아니다. 방과 후에는 아이들이 거의 학원에 간다”면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작은 사회 경험도 해보고, 구성원 사이의 정과 우애도 느끼면서 팀워크를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야구 외의 경험도 많은 전수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우승의 모든 공을 주위에 돌렸다. 김 감독은 “연수구 리틀야구단은 모두 지도자 자격증이 있다. SK 출신인 오민철 코치, 한화 출신인 신세진 코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 “이재호 연수구청장님이 연수구 리틀야구단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다. 그리고 김덕환 팀장님, 차민경 주무관님, 매일 같이 선수들을 케어해주신 구미현 총무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아이들이 재밌게 기본기를 중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다음 목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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