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시민과학자`와 함께 자연생태계 복원… 국립공원 가치를 높이다
산개구리·조류·식물 등 모니터링
새로운 생물·멸종 위기 곤충 발견
야생조류 조사는 학회서 발표까지
다방면 활약… 전문연구에 큰도움
공공기관과 생태계를 연구하고 데이터 수집을 돕는 국민들의 '시민과학자' 활동이 활발하다.
16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연구원은 2010년 산개구리류 산란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6개 시민과학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과학자는 국립공원 구역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규모는 815명이다.
◇'시민과학' 부족한 연구인력 대체…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 시민과학은 일반 대중인 자원봉사자들이 과학자들의 연구 수행을 돕는 과학적 실천을 통한 자료수집 등 조사가 핵심이다. 조사 결과는 동식물 보전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시민과학의 경우 어떤 자연현상에 대한 개인의 단순 관찰 기록이 집단화 또는 조직화 되면서 자연현상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료 수집에 참여한 개인의 입장에선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다.
시민과학자들의 현장 참여 열기가 매우 뜨겁다. 모집공고가 나가자마자 접수가 마감되거나, 신청 인원이 모집 정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10월 공단에서 진행한 가락지부착조사자 입문 교육의 경우 30명 모집 정원에 100여 명이 신청해 추첨을 통해 교육자를 선발했다.
정용상 국립연구원 원장은 시민과학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이유에 대해 "사회 구조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영향으로 판단한다"며 "시민과학자들의 조사·연구 참여로 연구원에서는 부족한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시민과학자들은 국립공원 보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자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 구조 변화가 건강하고 보람있는 야외활동 컨텐츠 수요로 연결됐고, 코로나19 유행 동안 젊은층 또한 그 수요 범위에 포함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시민과학자 활동에는 건강하고 보람된 콘텐츠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 공단은 2014년부터 각 분야 전문지식을 갖춘 시민과학자들을 모집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 결과, 전문가 영역으로 인식돼온 △계절 알리미종(식물) 개화시기 모니터링 △산개구리류 산란 모니터링 △지리산국립공원 구상나무 생육 현황 모니터링 △조류 모니터링 및 가락지부착조사 △아고산대 해발고도별 조류 산란 모니터링 △구상나무 복원개체 생육동태관찰 등 6개 분야의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이 새 개체 발견… 학술 분야에도 반영= 올해는 지리산국립공원 시민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통해 큰산개구리의 산란을 확인했다. 5명인 시민과학자들은 올해 1월부터 육모정 및 뱀사골 일원 큰산개구리 산란장소를 토대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월 10일 산란을 확인했다.
큰산개구리는 산간 또는 하천에서 서식하다가, 봄이 찾아오면 저습지 또는 논 등에서 산란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번식 하는 양서류로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으로 지정돼 있다.
시민과학자들이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2020년 시민과학자들이 계룡산 국립공원에서 3개월간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미발견종 70종을 발견한 것이다. 70종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포함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애기뿔소똥구리는 몸길이 약 13~19mm의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며 목초지의 감소로 지난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또한, 꽃황나매미충, 가야멸구, 검은줄긴날개멸구 등 3종은 그간 전국 22개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생물종으로, 국립공원 최초로 서식이 확인됐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류 가락지부착조사 전문 시민과학자들은 2014년부터 태안과 흑산도 지역에서 약 9000여 개체 이상 가락지를 부착해 그 결과를 한국조류학회에 발표하는 등 전문 학술 분야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원봉사 형태로 2014년부터 시작한 조류가락지부착조사 시민과학자 프로그램은 숲새, 쇠개개비, 노랑턱멧새 등 3개체의 러시아, 태국 등 국외 이동경로를 확인했다. 또한, 조류 조사를 통해 최근 5년간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산새류 개체수가 감소추세에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조류가락지부착조사는 야생조류를 포획해 고유번호가 각인된 금속가락지를 부착하고 개체 구별을 하는 방법으로 철새이동경로 연구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연구 방식이다. 살아있는 새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지식 뿐만 아니라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해 국립공원공단은 가락지부착조사 전문 시민과학자를 대상으로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조사자 능력을 인증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야생조류에 부착한 가락지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관리하며 개인이나 기관이 조사를 원할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 생물자원관에서 교부받아 사용하고 결과를 다시 전송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새를 위한 가락지의 경우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중형종의 경우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한 Incoloy(니켈합금)으로 제작된다. 대부분의 가락지는 가락지부착조사를 관장하는 국가 혹은 기관명과 고유번호가 표기돼 있다. 가락지에 세로로 새겨진 '010' 등 은 가락지의 크기를 의미한다. 010은 우리나라에서 부착하는 가락지 중 가장 작은 크기로 주로 솔새류와 딱새류에 부착한다. 'K.P.O. BOX 1184 KOREA' 는 한국 우체국 사서함 번호, '12345' 는 각 가락지의 고유 번호를 지칭한다. 가락지 무게는 010사이즈 기준으로 0.01g 정도이며, 전 세계에서 오랜 기간 사용해온 만큼 가락지의 무게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검증됐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시민과학자 운영 활발… "정책 발판으로 활용"= 해외에서도 시민과학자 프로그램 운영이 활발하다. 영국조류학회(BTO)에서 운영하는 조류 관찰 프로그램인 GBW(Garden Bird Watching) 프로그램은 오랜 역사와 많은 시민과학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1995년 시작된 프로그램은 시민과학자가 자기 집 정원에 설치한 먹이통을 찾아온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5만6244개의 정원에서 자료가 수집됐고 25년간 기록된 조류와 소형 동물 개체수가 1억9402만9261개체였다.
공단은 각 지역 시민들과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국립공원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교류를 통해 과학적 연구자료 생산과 분석 기반을 다지고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거나 국립공원 관련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 공단에 따르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3월 5일경)이 있을 정도로 겨울잠을 자는 대표 생물인 개구리는 최근 1월부터 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시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겨울에 산란을 하게되면 알이 얼어버려 부화가되지 않아 죽음으로 이어지거나 개체 멸종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는 생태계 먹이사슬 파괴를 야기해 타 생물 출현시기, 번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균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 원장은 "잠재적 시민과학자를 발굴하고, 역량강화와 자료 수집의 중요성 등 과학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며 "과학적인 조사·연구·모니터링으로 축적된 연구 성과는 공원관리 정책에 반영돼 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양질의 휴양, 치유, 탐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고있다"고 밝혔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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