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연예인도 반려견도 ‘우울증’에 걸린다[문화칼럼]
동물병원 수의사하면서 가끔 살맛이 난다.
요즘 세상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도 과거를 생각해서 돌이켜보면 우울증까지 가본적은 없으나, 한없이 힘들고 우울했을 때가 있었다. 미래가 불분명했던 대학생활때도,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사회에 나와서 경쟁에 밀려서도,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맞고 억울하게 뒤집어 썼을때도 힘들고 우울했었던 적이 많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몇일전 SNS 라이브 방송을 켜둔 채 투신한 10대 여학생도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하지 않고, 마음을 함께나누고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만성적인 직장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인 번아웃 증후군은 심리적 정서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정신적 탈진상태이다. 이러한 좌절감으로 인간관계가 멀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멍하고 활기가 없게 되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럴 때에도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거나 병원 상담을 통해 해결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명연예인이나 기업가들 가운데 우울증을 앓다가 너무빨리 우리 곁은 떠나버린 사람들도 많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도 하지원의 친동생 배우 전태수도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져버렸다. 이들의 우울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도 있겠지만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는 사생활 비보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원인이 될 수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감정의 우울감과 불안감 그리고 공허함, 절망감이다. 책임에 대한 죄책감, 일에대한 무력감, 모든 일에 대한 의욕상실로 어떠한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신체적으로 식욕도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반대로 폭식과 급격한 체중증가도 보일 수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만성 피로를 느끼는 것도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한다.
뜬금없이 우울증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동물 행동의학을 진료를 하고 있고, 동물의 심리와 행동상태를 관찰을 하면서 반려견 반려동물 우울증을 진료할 때도 있다.
반려동물도 우울증을 겪는다. 예를 들어 반려견의 경우, 하루종일 혼자있는 것으로 지루해질 수 있다. 그 지루함은 반려견을 안절부절 못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여 우울증으로 보여질 수있다. 이러한 증상으로 과체중이 되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배변실수를 하는 등의 평소에 잘지키던 규칙을 못지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면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려견의 예방관리를 잘하시는 보호자분이 그날도 심장사상충과 내, 외부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해 본원에 내원하셨다. 말티푸라는 품종이었는데 이름처럼 순하고 말잘듣고 야무진 녀석이었다. 두손으로 온몸을 만지고 들여다보며, 신체검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호자분이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원장님은 강의도 하시고 방송도 하시고 병원도 하시느라 바쁘신데 힘들지 않으신가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난 웃으면 대답해드렸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걷기, 자전거와 골프를 즐깁니다. 좋아하는 것 하면서 그당시에 꽂힌 관심사에 최선을 다해 몰입을 한다고 설명드렸다. 그런데 보호자분이 뭔가를 주저주저 하시길래 하실말씀 하세요. 라고 했더니 본인이 요즘 너무 우울하다며, 최근에 했던 사업도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쉬고 있다가 반려견도 만났는데, 쉬어도 쉬는게 아니다라고, 식욕도 없고, 매사에 너무 재미없고, 유일하게 반려견과 아침 자제분 등교 후에 산책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한다. 그래서 등산은 아니더라도 시내에 작은 산들과 둘레길들이 있고, 한강변과 공원을 걸어도 보고, 따릉이 타고 바람 맞아가며 아무생각 없이 종착역 없이 달려도 보시라고 전했다. 나도 그렇게 반복을 하니 우울함을 바람에 날려 사라져 간 것 같다고 설명드렸고, 골프 또한 우울증이나 걱정이 있던 것도 한방에 저멀리 날려 버리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번아웃일 수도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시라고 했다.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서운한 모든 것을 수다하듯이 그냥 털어놓으시라고 했다. 그래야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쩔 때는 그냥 차 안에서 펑펑 우는 것도 좋다고 했다. 속상하거나 서운한 맘을 그냥 단단히 잡고 가는 것보다는 수다를 떨면서 모든 것을 다 털어놓거나 울면서 다 흘려버리는 것도 좋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경험을 해서 벗어 낫다고 했다며 말씀드리니 울먹이시면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반려견을 진료를 한것도 아닌데 내가 주제넘게 보호자에게 말씀을 드렸나 싶기도 했지만, 뭔가 내가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한마디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면 이 또한 내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보호자 분은 너무 감사하다며 조용히 제방을 나가셨다. 몇 주 뒤 그 녀석의 재진으로 다시 내원한 보호자 표정은 전과는 달리 많이 밝아진 얼굴표정을 하고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 진료가 끝난 뒤에 저에게 그 날 너무 고마웠다고 감사했다고 하시면서 조용히 커피 쿠폰 카드를 주셨다. 맛있는 커피도 너무너무 감사했지만, 내 진심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 보람되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동물병원 수의사를 하면서 보호자들과의 라포 형성 또한 중요하지만 반려동물들의 건강을 호전시키면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인데 이렇게 살맛이 나는 일도 있다는 내 삶이 내 직업이 감사하다.
▲최인영 수의사 ▲러브펫동물병원(타임스퀘어) ▲서울시수의사회 이사 ▲영등포구 수의사회 회장 ▲‘어서와 반려견은 처음이지?’ 저자 2018 ▲2022 서울특별시 오세훈시장 표창 동물복지부문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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