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巨野) 독주’에 갈라진 의료계… 尹 "국회 숙의 과정 아쉬워"

尹 ‘간호법’ 거부권 행사
민주, 조율 없이 입법 강행
직역간 과도한 분열 불러
尹 “국민 건강 불안 초래
국회 숙의 과정 아쉬워”
의료법은 원안대로 공포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로 일방 처리된 간호법 제정안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히면서 해당 법안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으로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간호사와 이를 반대하는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폭발하며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되레 사회 분란을 조장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직역과의 충분한 조율 없이 일방 추진한 이 같은 입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셈법에 기반한 야권의 ‘갈라치기 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간호계는 진료지원간호사(PA) 업무거부와 면허 반납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며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이 법안이 초래할)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간호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거치게 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115석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가결이 불가능해진다.

간호법은 의사와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들을 한데 묶은 의료법에서 간호 부분을 따로 떼어낸 법안으로 지난달 27일 민주당 일방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 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지역 사회’라는 단어가 향후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의사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간호조무사들의 자격 요건을 계속 고졸로 제한하고 있어 간호조무사들도 반대하고 있다. 치과의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도 입법 저지에 동참했다.

반면 간호계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돌봄법’이라며 노인과 만성질환자 증가와 이에 따른 간호 수요에 대응하려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나선 건 직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전에 무리하게 추진된 법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법에서 ‘간호사’가 아닌 ‘간호 부분’을 따로 떼어낸 것이 의료 체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대통령실은 여당이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간호사 처우법’ 추진을 통해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형사처벌에 따른 의사면허 박탈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한 의사 단체의 반발에 “관련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현미·김현우·이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