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청소년 5600여명 분석해보니…
코로나19 시기 동안 급격하게 늘고 있는 청소년의 도박이나 내기 중독 증상이 실생활에서 실제 도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지현·정유숙 교수, 한림대의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윤혜 교수 연구팀은 561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청소년은 2018년 기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도박 경험이 등록됐다.
특히 연구는 청소년 도박 중독의 주요 증상이 돈을 훔치는 행위라는 점을 확인했다. 증상들 간의 관계 분석을 통해 청소년 도박 중독에 내재한 병리구조를 살펴본 결과다.
연구에서 '근접중심성'(혹은 매개 중심성)은 도박중독으로 내재한 증상 혹은 특성들 사이가 얼마나 가깝게 연결돼 있는 지를 측정한다. '연결 강도'는 도박 행위가 특정 증상을 얼마나 쉽게(높은 강도로) 유발하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모든 설문 참여자들에선 '도박 또는 내기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친 증상'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근접중심성과 연결강도 점수에서도 모두 99~100%를 기록했다. 즉, 도박이나 내기에 몰두한 청소년의 100명 중 99~100명이 도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실제 돈을 훔친다는 말이다.
결석이나 자퇴 등 도박에 손 대기 전 참여하던 활동에 불참하거나 포기하는 증상이 뒤를 이어 빈번하게 나타났다. 근접 중심성은 91%, 연결강도는 82%에 달했다.
연구팀은 도박 노출 경로에 따라 참여자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룹으로 나눠서도 분석했다. 온라인 도박 그룹에서는 정신적 우울도가 높아지는 증상이 오프라인 도박 그룹보다 두드러졌다. 근접 중심성은 85%, 연결강도는 87%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온라인 도박 중독 환자들의 우울증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온라인 도박이 오프라인보다 더욱 중독성이 강하다는 특징과 중독 결과 사회적 도태로 이어지기 쉽다는 특성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실제로도 도박 문제 심각성 척도에서 온라인 그룹의 도박 중독 중증도는 오프라인 도박보다 3배나 더 높았다. 베팅 금액이 더 싸면서도 이용이 빠르고 간단하며, 익명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이다. 다양한 컨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운영사의 마케팅도 한 몫 하면서 중독성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 때문에 도박 중독 청소년들은 도박 참여를 후회하면서도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다시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들은 도박을 안 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특징도 보였다. 혼자서 컴퓨터로 플레이하는 온라인 도박의 특성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도박 중독은 청소년들이 도둑질, 학교 결석과 같은 드러나는 행동 문제로 인해 직접 치료를 찾기 전까지 알아채기 어렵지만, 이번 연구는 청소년 도박의 '유입 경로'와 '심리적 특징'을 함께 분석해 세부적인 증상을 확인했다"면서 "차후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국내 청소년 도박 중독 환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급격하게 늘고 있다. 3년 가까이 외부활동이 적어지면서 인터넷·스마트폰 의존도가 심해진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댔다 중독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2021년부터 이들 환자의 증가율은 42%에 달했는데, 이는 예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 진료 건수는 2017년 837건에서 2021년 기준 2269건으로 5년간 3배가량 불어났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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