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 눈덩이’ 삼성-SK 50조 육박… 1분기 4조4000억 늘어
홍석호 기자 2023. 5. 16. 18:01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 부문과 SK하이닉스 두 곳의 재고자산만 5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S부문의 3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31조9481억 원이다. 지난해 말의 29조576억 원보다 2조8905억 원(9.9%) 증가했다. 2021년 말(16조4551억 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재고자산이 17조1822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15조6647억 원)보다 1조5175억 원(9.7%)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말(8조9500억 원) 대비 재고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1~3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가분을 합하면 4조4080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는 줄었지만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되며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삼성전자는 올 1분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했고 고객사에 쌓인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며 2분기부터 두 회사의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고자산 증가로 몸이 무거워진 것은 반도체산업뿐만이 아니다. 국내 매출 30대 기업의 3월 말 기준 총 재고자산은 235조2619억 원으로 지난해 말(225조2937억 원)보다 9조9682억 원(4.4%) 증가했다. 삼성과 SK 반도체를 빼더라도 5조5602억 원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보고서에 반도체 재고를 설명하며 등장한 표현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공시한 보고서에는 시장 상황과 자사 사업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재고’를 다룬 표현이 12차례 나온다. 지난해 1분기 보고서에는 2019년, 2020년 과거 상황을 설명하며 3차례 사용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분기 보고서에는 고객사 재고에 대한 표현이 한 번도 없었으나 올해는 4번 언급된다. 그만큼 경영
활동 상 중요한 선결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 재고 급증하면서 기업활력 떨어져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재고 증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은) 대형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고 축소 기조가 지속되었고, 기업들의 IT 관련 지출 감소는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인 시스템 LSI 사업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모바일 시장 정체로 주요 고객 재고 조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라고 해서 무조건 악성인 것은 아니지만, 재고가 과도하게 쌓일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신사업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중간재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재고자산은 2조8989억 원으로 지난해 말 2조5487억 원보다 3502억 원 늘었다. LG화학의 재고자산도 9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건설, 가전 등 글로벌 전방사업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석유화학 제품도 판매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재고자산이 쌓이자 기업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30대 기업 중 재고자산 회전율을 공시한 28개 기업의 평균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9.36회에서 올해 1분기 7.99회로 낮아졌다. 매출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재고자산 회전율은 ‘식당의 회전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회전율이 좋으면 그만큼 경영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회전율로 계산한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38.98일에서 45.68일로 길어졌다. 기업이 재고를 소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 2분기 바닥, 하반기 반등 기대
재계에서는 2분기(4~6월) 접어들며 경기 반등과 재고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상황이 가장 심각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2분기 중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7~12월)에는 수요와 가격 모두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보고서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대해 “하반기부터 주요국 긴축 완화 등 수요 진작과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점진적 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고전 중인 석유화학업계도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적자를 낸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올 2분기에는 수요 반등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S부문의 3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31조9481억 원이다. 지난해 말의 29조576억 원보다 2조8905억 원(9.9%) 증가했다. 2021년 말(16조4551억 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재고자산이 17조1822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15조6647억 원)보다 1조5175억 원(9.7%)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말(8조9500억 원) 대비 재고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1~3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가분을 합하면 4조4080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는 줄었지만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되며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삼성전자는 올 1분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했고 고객사에 쌓인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며 2분기부터 두 회사의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고자산 증가로 몸이 무거워진 것은 반도체산업뿐만이 아니다. 국내 매출 30대 기업의 3월 말 기준 총 재고자산은 235조2619억 원으로 지난해 말(225조2937억 원)보다 9조9682억 원(4.4%) 증가했다. 삼성과 SK 반도체를 빼더라도 5조5602억 원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보고서에 반도체 재고를 설명하며 등장한 표현이다. SK하이닉스가 올해 공시한 보고서에는 시장 상황과 자사 사업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재고’를 다룬 표현이 12차례 나온다. 지난해 1분기 보고서에는 2019년, 2020년 과거 상황을 설명하며 3차례 사용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분기 보고서에는 고객사 재고에 대한 표현이 한 번도 없었으나 올해는 4번 언급된다. 그만큼 경영
활동 상 중요한 선결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 재고 급증하면서 기업활력 떨어져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재고 증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은) 대형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고 축소 기조가 지속되었고, 기업들의 IT 관련 지출 감소는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인 시스템 LSI 사업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모바일 시장 정체로 주요 고객 재고 조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라고 해서 무조건 악성인 것은 아니지만, 재고가 과도하게 쌓일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신사업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중간재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재고자산은 2조8989억 원으로 지난해 말 2조5487억 원보다 3502억 원 늘었다. LG화학의 재고자산도 9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건설, 가전 등 글로벌 전방사업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석유화학 제품도 판매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재고자산이 쌓이자 기업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30대 기업 중 재고자산 회전율을 공시한 28개 기업의 평균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9.36회에서 올해 1분기 7.99회로 낮아졌다. 매출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재고자산 회전율은 ‘식당의 회전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회전율이 좋으면 그만큼 경영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회전율로 계산한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38.98일에서 45.68일로 길어졌다. 기업이 재고를 소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 2분기 바닥, 하반기 반등 기대
재계에서는 2분기(4~6월) 접어들며 경기 반등과 재고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상황이 가장 심각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2분기 중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7~12월)에는 수요와 가격 모두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보고서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대해 “하반기부터 주요국 긴축 완화 등 수요 진작과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점진적 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고전 중인 석유화학업계도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적자를 낸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올 2분기에는 수요 반등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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