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발포명령 실체 드러날까…한 곳 가리키는 증언들

천정인 2023. 5. 16. 1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18 유혈 진압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발포 명령'의 실체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군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각자 알아서'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는 '자위권'이었다는 명목으로 진압 작전의 핵심 상급자들은 책임을 피해 왔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역시 발포 명령을 승인하거나 그러한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사위, 당시 실탄 지급·지휘 계통 관련 증언들 다수 확보
5.18 [연합뉴스TV 제공]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유혈 진압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발포 명령'의 실체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은 19일 첫 발포를 시작으로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광주역과 옛 전남도청에서 자행된 집단 발포, 광주 외곽 봉쇄 작전, 옛 전남도청 최후 진압 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5월 항쟁 기간 총상 사망자는 135명, 총상 부상자는 최소 300명 이상으로 잠정 집계된다.

자국민을 향한 군인들의 총격에 수많은 시민이 숨졌지만, 발포를 지시하거나 승인한 책임자는 4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군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각자 알아서'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는 '자위권'이었다는 명목으로 진압 작전의 핵심 상급자들은 책임을 피해 왔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역시 발포 명령을 승인하거나 그러한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조사를 통해 발포 명령 또는 지휘계통과 관련한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했다.

진압 작전에 투입된 당시 3공수여단 김모 대대장은 "위에서 지시가 있었다"라는 증언을 내놨다.

그는 광주역 집단 발포가 자행된 5월 20일 야간에 작전참모를 통해 실탄을 요청했을 때 '(최세창) 여단장이 상부에 보고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한 후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으니 실탄을 지급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계엄사령부가 자위권 발동을 천명한 5월 21일 이전 이미 발포가 이뤄진 셈이다.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5월 21일)를 앞두고서는 한 공수부대 장교가 "발포 명령 어떻게 된 거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취재 중이던 기자가 들었다는 증언도 있다.

발포가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신군부의 주장과 달리 상부의 지시(승인)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언들이다.

조사위는 발포 명령자를 드러낼 지휘·계통에 대한 주목할만한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박모 차장은 "발포 명령은 문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발포는 보안사(사령관 전두환) 계통에서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사실상 전두환의 지시라는 것에 대해 동감한다"고 진술했다.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육군본부 보안부대장 출신 등 다수의 지휘관도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실권이 없었고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이 실질적 사령관이었는데 그를 움직인 사람은 전두환'이라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보안사령부 전 보안처 과장 윤모씨는 최근 조사위 조사에서 "전두환 사령관이 보고받기도 전에 광주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윤 전 과장은 505보안부대에서 올라온 보고를 취합해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공식 계통에 있었던 인물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전두환이 정상적인 보고 체계와는 다른 별도 보고를 받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군부 핵심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와 관련된 사실을 부인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조사위 조사에서 "전두환은 공식 지휘 라인에서 비켜나 있었고 계엄사령관인 내가 모든 일의 책임자"라면서도 "모두 내가 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정호영 당시 특전사령관의 경우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도 '군수지원 등을 위해 광주를 방문한 것일 뿐 당시 지휘 권한은 나에게 없었다'는 등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미국 백악관 고위책임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한국 군부의 사실상 실권자로 전두환을 지목했고, 1997년 대법원이 내란목적 살인으로 유죄판결할 때 전두환을 내란수괴라고 인정한 사실 등은 발포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돼야 하는지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국민 보고회 발언하는 송선태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대국민 보고회에서 송선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5.16 jieunlee@yna.co.kr

iny@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