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위원장 ‘직접 지시 없는 직권남용’…법정에서 인정될까
검찰은 지난 2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2020년 재승인 심사 중이던 <티브이(TV)조선>의 평가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르면 6월 중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검찰 기소를 근거로 한 위원장 면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도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없어서 그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두가지 행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봤다. 티브이조선의 평가 점수가 나오기 전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한 행위와 ‘조건부 재승인’으로 결론 난 뒤 재심사 기간을 ‘4년 뒤’에서 ‘3년 뒤’로 바꾸는 데 개입한 행위 등이다.
우선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혐의는 한 위원장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심사위원에 앉혔다는 게 뼈대다. 이 과정에서 내부 지침상 거쳐야 하는 상임위원과의 간담회를 건너뛰었다는 게 검찰이 문제 삼는 대목이다. 관련 규정상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이 방통위원장과 협의해 결정한다. 한 위원장은 심사위원장과 협의했고, 심사위원장이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상임위원 간담회에 이 정도의 강제력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장관급 공직자가 사전에 설정된 내부 기준을 어긋나는 지시를 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죄를 인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심사위원 선정을 하는 데 있어서 지금껏 한차례도 빠짐없이 간담회를 했는데, 한 위원장만 예외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법원이 의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두번째로 문제 삼는 조건부 재승인 결정의 유효기간을 줄인 행위는 야당 몫 위원까지 포함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로 결정한 사항이다. 다만 어떤 안건을 상정할지는 위원장이 관여할 수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무리하게 이 안건 상정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법률 자문을 받은 것처럼 속이는 등 위법한 행위가 벌어졌다고 본다. 장윤미 변호사는 “안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만으로 직권남용죄를 인정하면 살아남는 공무원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검찰 논리대로라면 기관장은 뒷짐만 지고 있다가, 실무자나 다른 상급기관의 민원이 들어오면 그것에 대해서 판단만 해야 되는 사람인 것”이라며 “결국 방통위원장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다. 공소장대로면 공직자의 모든 행위가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점수 조작을 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범행 동기와 관련한 검찰 주장도 재판에서 인정될지 관심거리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티브이조선 평가 점수가 재승인 심사 점수를 넘기자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 등의 발언을 했고, 한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한 방통위 간부들이 티브이조선 점수 조작에 착수했다고 판단한다. 이런 반응들이 ‘묵시적 지시’에 해당할지가 관건이다. 한 위원장 쪽은 ‘미치겠네’와 같은 말들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 변호인은 “그런 일들이 없었다는 것을 세세하게 의견서에 담아 재판부에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런 발언을 근거로 한 위원장을, 이미 기소된 다른 직원들의 공범으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지난 줄거리: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방통위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때 ‘공정성’ 점수를 처음 매긴 점수보다 더 낮게 수정했고, 이 과정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심사 과정에서 <티브이조선>은 공정성 평가 점수 미달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9월부터 수사를 벌여 당시 심사위원장과 방통위 국장, 과장 등 3명을 구속기소했고, 지난 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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