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교 체육코치도 공직자, 청탁금지법 적용"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고등학교에서 체육코치 업무를 맡는 교육공무직도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고등학교에서 태권도부 방과후수업 외부강사로 근무하던 A씨는 해당 수업이 곧 폐지돼 실직할 위기에 놓이자 같은 학교에서 학교운동부 코치(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원)로 일하던 B씨와 합의해 B씨의 후임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자신의 후임으로 올 수 있도록 일을 그만두는 대가로 A씨로부터 매달 400만원씩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의 후임으로 2018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고 약 1년 동안 12회에 걸쳐 총 4680만원을 B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는 학교운동부 코치가 청탁금지법이 정하는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는 468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대법원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학교운동부 지도자는 청탁금지법이 정한 '각급 학교의 교직원'으로서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며 "공직자 등이 재직 중 금품을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퇴직 후 금품을 수수했으므로 약속으로 인한 청탁금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다만 A씨에 대한 추징 부분은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破棄自判)은 대법원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스스로 다시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금전의 수수를 약속할 당시 그 수수할 금전이 특정되지 않아 몰수할 수 없었으므로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