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니켈·실리콘 첨단소재 풍부 … 韓 손잡고 고부가산업 육성"
◆ 매경 글로벌포럼 ◆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촉발된 세계 공급망 위기를 뛰어넘을 파트너로 손을 맞잡았다. 16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31회 매경 인도네시아 포럼에선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광물 자원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미래 협력 분야의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분야는 물론이고 태양광·석유화학을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 기회를 언급했다. 루훗 장관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고 무역산업부 장관, 정치·법률·안보부 조정장관 등을 두루 거친 현 정부 핵심 인사로, 투자·에너지·관광 등 인도네시아 7개 핵심 부처를 관할한다. 루훗 장관은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와 높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앞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매장량 세계 1위인 니켈을 비롯해 주석, 알루미늄, 구리, 실리콘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핵심 파트너로 선점하는 것이 한국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북부 칼리만탄 지역에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까지 천연자원과 기술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양국의 공급망 협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매일경제와 따로 만난 바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은 "우리는 풍부한 광물 자원을 토대로 전기차 등 최종 소비재를 만드는 다운스트림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지만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기에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세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은 이미 인도네시아 곳곳에 진출하고 관련 사업에 참여해 공급망 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할마헤라섬 웨다바이 공단에 니켈 제련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4억41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해 연내 공장을 착공한 뒤 2025년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이 공장에선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니켈 중간재를 연 5만2000t 규모로 생산한다. 전기차 100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도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에 설립한 공장을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루훗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원자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태계 구축 사업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우수 사례다. 바릴 장관은 지금 이 시점에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고한 협력 관계로 나아간 배경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전기차 산업이 각광받는 동안에 니켈 광물로 산업화를 이뤄야 한다"며 "당장 활용 가능한 높은 수준의 기술이 있는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한국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루훗 장관은 "도움이 필요한 한국의 기업인은 주저하지 말고 제 사무실 문을 두드려달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루훗 장관은 공급망 협력을 다져 상호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수출입 국가 중 7위 규모인데 관계가 더욱 격상돼 1·2위 파트너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바릴 장관 역시 "특히 서울 여의도에는 우리 부처의 지사인 인도네시아투자진흥센터(IIPC)가 있다"며 "투자자 상담과 유치가 우리 업무이기 때문에 금액 부담 없이 투명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 중이다. 투자 금액에 따라 5000억루피아(약 453억원) 이상부터 투자 금액에 따라 최소 5년에서 최장 20년까지 100%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 등이다.
[특별취재팀=김대영 부국장(팀장) / 노현 기자 /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오대석 기자 / 정주원 기자 / 박민기 기자 / 박제완 기자 / 김대은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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