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계 갈등이 국민건강 불안 키워"… 巨野 입법 독주 제동
간호협회 "책임 묻겠다" 압박
총선 앞두고 정치적 싸움으로
간호법 '지역사회 돌봄' 놓고
조무사·요양보호사와 다툼
의사업계와도 갈등 터져나와
◆ 간호법 거부권 행사 ◆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법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간호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가 대화, 협치의 장을 만들지 못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당분간 정국 급랭이 불가피해졌고, 당장 시급한 경제·민생 법안 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17일로 예고됐던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은 진행되지 않지만 대한간호협회는 "정치적 책임을 묻고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6일 간호법 제정안을 막는 데 거부권을 다시 사용했다. 간호법 제정안의 당초 제정 취지인 '간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명확화'라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 법에서 파생된 수많은 논란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 갈등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면서 고심 끝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간호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현재 제정안은 '간호'라는 행위를 간호사에게 한정하고, '지역사회 돌봄' 역시 간호사 영역으로만 법으로 규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이 의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을 포괄하는 법인 만큼 처우 개선 등을 위한 것이라면 의료법 아래 간호사법을 두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직역 간 과도한 갈등' 역시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모두 하고 있던 사실상 '간호' 행위를 '간호사'로만 한정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실제 의료법 적용을 받아야 할 간호 업무가 '간호사법'이라는 별도 제정안을 통해 적용받게 되면 여러 문제와 책임 소재의 불분명을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역사회 돌봄'을 간호법 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고령화로 계속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간호사가 독점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이 역할은 간호사는 물론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사회 돌봄' 조항을 넣어야 한다면 그건 '통합 돌봄법'으로 규정해야 할 일이지, 간호법 제정안으로 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간호사들이 의사 지도 없이 단독 개원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에게 학력 상한을 둬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일단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제동을 걸면서 대한간호협회와 의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을 가로막은 정치인과 관료를 총선기획단 활동으로 단죄하고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만약 불법 투쟁이 일어난다면 13개 직역이 합심해 공백을 메우겠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단체행동은 이르면 17일부터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오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의 수위와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여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보건 의료계 직역 간 극한 갈등을 불러온 법인 만큼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 갈라치기'를 목적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날림 입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여당의 '타협안' 마련 노력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 주권자를 무시하는 '약속 파기' 정치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윤 대통령이 못 하겠다면 민주당이 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이창훈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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