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준생·친구 등 속여 4억 꿀꺽… ‘간 큰’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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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를 이야기할 때 함께 나오는 것들이다.
이 MZ세대의 '것들'로만 MZ세대를 상대로 수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20대 초반의 여성이 법정에서 죗값을 받았다.
피해자만 37명이 나온 울산 'MZ 여성 사기극'을 판결문 등으로 재구성했다.
A씨는 이렇게 취업준비생과 친구 등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3억1400만원어치의 금품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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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개통 이어 대출금 등 편취
명품백·시계 등 인터넷 거래 사기
친구 아버지에 ‘보이스피싱’도
총 37명 피해… 법원 징역 5년 선고
아이폰과 맥북, 샤넬 등 명품, 모바일뱅킹, 인터넷 중고거래….
이번에는 보증금 핑계를 댔다. 그는 “취업이 되면 서울 숙소 보증금이 필요하다. 먼저 주면 회사에서 나중에 갚아준다”고 거짓말했다. B씨는 또 그대로 믿었고, 보증금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1070만원을 줬다.
A씨의 범행은 대담해졌다. B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모바일뱅킹’으로 대출까지 받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서일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부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2곳의 금융기관에서 모두 2000만원을 손쉽게 대출받았다. 또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 사이트에서 B씨 명의로 99만원을 결제해 돈을 가로챘다. 은행 한 번 안 가고, 앉은 자리에서 디지털 기기로 모든 범행이 이뤄졌다.
A씨는 자신의 친구 아버지에게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도 했다. 친구에게 스마트폰을 빌린 뒤 친구인 척 하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정부24’ 앱에서 친구의 주민등록초본 등을 발급받았다. 이렇게 빼낸 개인정보를 활용해 디지털 대출을 했고, 친구 계좌에 송금된 21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보냈다. A씨는 이 친구에게 아이폰12 프로 스마트폰을 개통하게 했고, 잠시 빌려 달라고 한 뒤 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18차례에 걸쳐 582만원 상당의 물건을 가로채기도 했다.
MZ세대가 자주 하는 중고거래도 A씨의 사기 행각에 포함됐다. 2021년 4월 그는 인터넷 물품거래 사이트에서 ‘맥북 프로’를 판다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예전에 사기 당한 경험이 있어 퀵으로 먼저 물품을 보내 주면, 받은 후 돈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 물건을 받은 뒤에는 29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중고거래 카페 등에서 디오르 레이디백, 롤렉스 자개판, 맥북 프로 M1 판매자에게 연락해 비슷한 방식으로 속여 물건만 가로챘다. 자신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잘 팔릴 만한 아이폰13 프로 맥스 등의 판매글을 올린 뒤 물건 값만 받아 챙기기도 했다.
A씨는 이렇게 취업준비생과 친구 등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3억1400만원어치의 금품을 가로챘다.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사기 행각으로 1억3000여만원을 추가로 가로챈 범행도 드러났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노서영 판사는 A씨에게 사기 등 혐의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노 판사는 “사기 범행으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비슷한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저질러 피해 금액이 발생했고, 이를 모두 미용, 오락, 유흥비 등으로 사용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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