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간다는 이유로 폭력을 일삼던 남편, 이젠 종교를 이유로 이혼하자고 합니다"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규리 변호사

- 단순히 종교가 다르다는 사정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는 볼 수 없어

- 원칙적으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 청구할 수가 없어

- 혼인 기간에 가벼운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고 하더라도 이혼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보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남편과 결혼생활 하면서 주로 다퉜던 이유는 종교적인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남편은 무교거든요. 제가 주말마다 교회에 가는 걸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교회에 나가지 말아라. 종교 생활하는 것들은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교회 나갈 거면 집을 나가라.'라면서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결국에는 집을 나가더니 이혼을 요구해 왔는데요, 제가 광적으로 교회에 매달린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요일에 잠시 교회에 다녀왔을 뿐이고, 아이들과 집안일도 무리 없이 잘 해왔습니다. 다만, 제가 산후 우울증 때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우울감을 호소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정신병으로 몰아세웠는데요, 지금도 제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데, 이런 게 이혼 사유가 될까요?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저 역시 경제적으로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이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남편의 이혼 소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종교적 신념 차이만으로 이혼 청구가 가능한가요?" 사연자분은 크리스찬이고 또 사연자분의 남편은 무교입니다. 종교적 신념 차이만으로 이혼 청구가 가능한지 물어보셨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 김규리 변호사(이하 김규리): 먼저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크게 6가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종교적 갈등만으로 이혼이 될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보통 종교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의 제6호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그 혼인 관계의 파탄 여부를 평가하고는 있는데요. 단순히 종교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혼이 된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 조인섭: 하지만 종교 차이, 또 갈등으로 이혼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어떤 경우에 이혼까지 되는 걸까요?

◆ 김규리: 종교적 문제만으로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들은 보통 부부 일방이 종교에 심취해서 가정과 혼인 생활을 등한시하거나, 아예 가정을 버리고 신앙생활을 택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반면 이 사안의 경우에는, 사연자분이 혼인 및 가정생활에 충실하면서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신앙생활을 하였음에도 상대방이 부당하게 가정생활과 신앙생활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면서 신앙의 포기를 요구한 경우이기 때문에요. 굳이 그 책임을 따지자면 오히려 양자택일을 강요한 상대방 배우자에게 유책이 있어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가정에서 상대방이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 경우이기 때문에, 주된 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 조인섭: 그리고 또 남편분이 일방적으로 집을 나갔지 않습니까? 남편분이 폭언, 폭력을 행사하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고, 또 종교를 일방적으로 강요를 하고요. 남편분이 유책배우자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편분이 유책배우자라고 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받아들여질까요?

◆ 김규리: 원칙적으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상대방과의 협의를 통한 이혼은 가능한 것이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만일 상대방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단순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 청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경우나, 유책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진지한 사과나 용서를 구하는 등 그 유책성을 상세할 정도로 다른 일방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또는 혼인 파탄 이후 이미 상당한 세월이 흘러 두 사람 사이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조인섭: 그러면 사연자분은 이혼은 일단 원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편이 오히려 유책배우자로 이혼 청구하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 사연자분이 좀 유의할 부분 있을까요?

◆ 김규리: 사실 한쪽에서 이혼을 강력하게 원한다면 재판부에서도 많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 당사자가 이혼 소송에서 기각을 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특히 뚜렷하게 한쪽에 유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부에게 혼인생활의 회복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특히 기각을 구하는 당사자가 소송 이전이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가정의 유지와 회복을 희망하면서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그리고 또 사연자분이 걱정하는 거는 본인이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런 우울증 약 복용을 정신병적 증세로 봐서 이게 혹시 이혼 사유가 되지 않을지. 이걸 걱정하시거든요?

◆ 김규리: 부부 중 일방이 정신병적인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이혼 청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그 증상이 가벼운 정도에 그치는 경우라든가 회복이 가능한 경우인 때에는 오히려 그 상대방 배우자에게 사랑과 희생으로 병의 치료를 위하여 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 부부 사이에 동거, 부양, 협조 의무가 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안에서 사연자분이 혼인 기간 중 단순히 가벼운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당사자분을 위해서라도 병원에 치료를 병행하시면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특별한 지장이 없게 한다면 더욱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만약에 두 분이 이혼을 하게 된다고 하면 양육권 문제에 있어서는 이 사연자분이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 받는 것이 혹시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요?

◆ 김규리: 미성년 자녀의 친권 및 양육권자의 지정은 미성년인 자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합니다. 만일 양육자의 정신병적 증세가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방임 등 양육 문제 또는 아이들과의 직접적인 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준다면 양육권을 주장하기에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 사연의 경우에는 이미 사연자분이 주양육자로서 아이들을 잘 양육해 왔고 충분히 치료도 가능 한 것으로 보이므로 친권, 양육권을 주장하는 데 문제될 사항은 없어 보입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의 상담 내용을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사연자분은 남편과 종교적인 신념이 달라서 갈등을 겪어왔는데요. 단순히 종교가 다르다는 사정으로 반드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는 볼 수 없고요. 오히려 사연자분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남편에게 유책이 있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 청구할 수가 없고요. 또 혼인 기간에 가벼운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고 하더라도 이혼 사유가 된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사연자분이 가정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이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재판부를 잘 설득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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