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왜 겉도나 했더니 … 그 뒤엔 '文정부 기관장' 버티기
원경환·임해종 사장 등 6명
文정부 낙하산 인사로 알박기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 출마도
정권 바뀌면 사퇴 관행 깨져
법으로 '임기 3년' 못 박아
기재부 경영 평가 견제도 안돼
◆ 에너지 공기업 알박기 ◆
윤석열 대통령이 탈원전, 환경 정책을 언급하며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는 관료들에 대해 '과감한 인사 조치'를 주문한 가운데 현재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전임 정부 '낙하산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기관장은 총 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부처 관료 출신으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기보다는 외부 출신으로 과거 정권과 코드가 맞아 임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인사들이다.
대표적인 기관장이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이다. 원 사장은 경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경찰청장과 인천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뒤 낙선했다. 이듬해인 2021년 11월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내년 11월까지 임기는 아직 1년 반 정도 남아 있다.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의 경우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충청북도당 지역위원장을 맡은 뒤 2016년 4월 민주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에도 지역위원장을 맡다가 2020년 9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검찰 출신인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역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나온 뒤 변호사 활동을 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7월 관세청장에 발탁됐다. 이후 민주당 정책위 부위원장 등을 지내다 2021년 4월 한국동서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환경단체 출신인 김광식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과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 고문 등을 지냈다. 2018년 6월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했고 지난달에는 재단 보수 규정을 고쳐 활동 내용과 무관하게 매달 230만원의 수당을 받아 '셀프 수당'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산업부는 이 문제를 포함해 재단을 상대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에서는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안 이사장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 차관을 맡았다. 당시 탈원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에는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강원랜드의 이삼걸 사장도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2020년 4월 민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2021년 4월 사장에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거쳐 기관장에 오른 관료 출신은 1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지낸 뒤 임명됐다. 이 사장의 임기는 지난 1월 만료됐으며 후임자 인선까지 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아 후임자 인선은 일러야 올해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도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 관료 출신 기관장이 다수다. 지난 15일 전기요금 인상 발표 후 자진 사퇴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문재인 정부 때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산업부 차관을 지낸 바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 부처의 손발이 돼야 할 공공기관장 가운데 상당수가 전임 정부 임명자들이다 보니 주요 국정과제들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관장 임기가 정권과 맞지 않게 되면 정책이 엇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수가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일지라도 전문성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식의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권 임기를 고려하지 않은 경직적인 기관장 임기 규정이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2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임기는 3년이고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2번 연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통령 임기 5년과 엇갈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 사퇴하는 게 관례였지만 2009년 오강현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까지 겹치면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교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크지 않다. 경영평가 결과 '미흡(D)' 등급이 2년 연속 나오거나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 건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없다. D등급은 대한석탄공사 등 3곳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이 다수여서 사실상 효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공운법상 임기를 3년으로 못 박지 말고 '3년 이내'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곳이 아니라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잘 처리하는 곳"이라며 "기관장은 대통령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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